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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채 폭행" 아내 숨지게 한 김포시의장, '살인죄'가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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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음을 인식 또는 예견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살인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다." (1심 판단)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상해의 고의를 넘어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를 살해할 범의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2심 판단)


아내를 골프채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유승현 전 김포시의회 의장이 2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지난 3일 유 전 의장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는 김 전 의장의 살인죄를 인정했지만, 2심은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보고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두 판결 사이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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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채 등으로 아내를 때려 숨지게 해 살인혐의로 구속된 유승현 전 김포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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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수 있다'는 걸 예견했는지 여부

살인죄와 폭행 또는 상해치사죄의 가장 큰 차이는 사망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폭행으로 인해 발생한 상해로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유 전 의장이 예상할 수 있었는지 그 여부에 따라 양형이 결정된다는 뜻이다. 즉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미필적으로라도) 예상했다면 살인죄가, 사망에까지 이르게 될 줄 예상치 못했다면 폭행 및 상해치사죄가 적용된다.

상해치사죄는 형법 제259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는 반면, 살인죄는 형법 제250조에 따라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그렇다면 예견 가능성은 무엇을 보고 판단해야 할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살인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발생 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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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를 미리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항소심 재판부가 '살인 예견 가능성이 없었다'고 판단한 근거를 보자.

우선 피해자 딸들의 법정 진술을 통해 평소 피고인에게 폭력 성향이 두드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서로 언성을 높여 다투거나 몸을 붙잡고 싸우는 것을 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또 범행의 배경에 피해자의 불륜 사실이 있지만 그로 인해 살해 범의를 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수차례의 불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피해자를 용서하고 결혼생활을 지속했으며, 결혼기념일을 맞이해 피해자와 여행을 가는 등 부부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정황을 근거로 판단했다.

피해자가 내연남과 대화한 녹음파일을 듣고 적어도 4시간이 지난후 피해자를 만났으며, 장소도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집으로 불렀다는 사실도 판단 근거가 됐다.

특히 재판부는 흉기(골프채)의 용법과 관련, "범행에 사용하기 위해 골프채를 미리 준비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평소 주방 또는 현관 근처 벽에 세워 뒀던 골프채를 사용했으며, 당시 그 외에 피해자에게 치명상을 입힐 만한 물건들이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살해 범의가 있었다면 이 같은 물건들을 사용했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또 피해자에 대한 폭행이 오랜 시간 반복된 것은 아니고 골프채의 헤드가 아닌 막대기(샤프트) 부분을 이용한 폭행만으로 살인 범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구타시각과 사망시각 사이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법원에 따르면 피고인 동생이 사건 당일 집을 방문했는데 당시 피해자는 방에 누워 흐느끼고 있는 등 생존하고 있었다. 방문 시각은 폭행 종료 시점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였다. "피해자가 아파서 침대에 누워있는 줄 알았다"는 피고인의 진술을 보면,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의사로 방치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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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 될 수 없다"

항소심 재판부는 "가정폭력은 어떠한 이유나 동기에 의한 것이든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없다. 피고인의 상해치사 범행은 배우자의 불륜 사실을 추궁하던 중 화가 나 피해자의 온몸을 주먹과 발, 골프채 등으로 가격해 사망까지 이르게 한 것으로 그 죄질과 범정이 매우 나쁘다"면서 "비록 살인의 범의는 인정하기 어렵지만 소중하고 존엄한 피해자의 생명을 앗아간 피고인의 범행은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 외도를 용서했지만 내연남과의 대화를 듣고 범행을 저지른 측면이 있어 일부 참작할 사정이 있다"면서 "피해자의 자녀들과 친정 언니가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고 처벌을 원치 않고 있다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미호 기자 be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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