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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통합당 '김종인호' 출범 사흘 만에 불붙은 '보수 정체성'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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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보수가 싫으면 오지 말았어야"

정진석 "보수 쓰지 말자고? 동의 못해"

2016년 민주당에서도 '정체성 논란' 일축

조선일보

미래통합당 김종인(위) 비상대책위원장과 장제원(왼쪽 아래), 정진석 의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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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식 당무를 개시한지 사흘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당 안팎에선 김 위원장의 ‘보수 탈피론’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연일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라” “나는 보수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자 “통합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장제원 의원은 4일 언론 통화에서 “김 위원장은 보수가 싫었으면 우리 당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며 “자유우파 진영의 지지를 받는 우리 당을 좌파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것인지(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먼저 우리가 보수정당임을 인정하고, 보수를 없애지 말고 혁신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며 “통합당의 패배는 보수 정치인의 잘못에 따른 것으로, 보수라는 이념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은 근본이 있어야 핵심 지지층도 굳건해진다”며 “김 위원장이 보수라는 우리의 지향점을 부정하면 부질 없는 이념 논쟁만 촉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석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 세미나에서 “(김 위원장이) 요즘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하는데 썩 동의할 수 없다”며 “김 위원장이 ‘협력해달라’ ‘시비 걸지 말라’고 했다. 김 위원장 나름대로는 어떻게 하면 이 당을 변화 시킬까 그래서 새로운 호감을 국민들께 드릴까 하는 고민을 한 끝에 그런 말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김종인 위원장이 ‘나를 따르라’ 리더십을 보일까봐 걱정들 하시는 거 아닌가”라며 “(김 위원장이)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게 잘 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진지하게 토론하고 소통하고 국민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면 결국은 또 실패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빵을 먹을 수 있는 ‘실질적 자유’가 중요하다”며 “보수라는 말은 실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헌·당규와 정강·정책 등에서도 ‘보수’나 ‘자유우파’등의 가치는 모두 제거할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는 2016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시절에도 “민주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그는 “자꾸 정체성, 정체성 하는데 ‘정체성이 뭐냐’고 물으면 대답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며 민주당 내 경직된 운동권 문화를 비판하기도 했다.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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