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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김종인 "삼성, 시대에 역행해 스스로 어려움 빠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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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예방하고 약 15분간 대화했다. 축하와 덕담이 오가는 분위기였고, 특히 김 위원장이 이날 "기본소득 문제를 본격 검토할 시기가 아닌가"라고 말한 데 대해서는 심 대표가 "대환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심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정의당 대표실에서 김 위원장을 접견하고 "김 위원장이 오신다고 하니 언론에서 '통합당에서도 기본소득을 검토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많이 묻더라"며 "대환영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심 대표는 "그 동안 통합당은 북한 탓 아니면 대통령 탓만 해서 정책이 끼어들 틈이 없었는데, 김 위원장이 오셔서 진보와 보수를 떠나 실용을 추구한다고 하니까 정책 결정이 가능한 국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하며 이같이 말했다.

심 대표는 또 "김 위원장이 '실질적·물질적 자유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듣고 저는 기대가 크다"며 "그동안 통합당이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의 탐욕의 자유, 무한 축적의 자유를 옹호해 왔다. 삼성의 탈법적 자유는 적극 지지하고 삼성 노동자들의 노조 할 자유는 반대했고, 부동산 부자들의 무한 축적의 자유는 지지하고 서민들의 주거 안정의 자유는 외면해 왔다. 그 점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심 대표는 그러면서 김 위원장에게 "불평등에 주목해서, 앞으로 우리 사회가 좀 더 불평등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민주 정당은 서로 어떤 방향에서 (국민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인가에 대해 경쟁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의 많은 계층을 포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책 경쟁을 안 할 수가 없다"면서 "정상적인 나라라면 정치가 그렇게 흘러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내가 보기에는 이념이 사라진 지 오래인데, 진보다 보수다 하는 논쟁 자체가 국민 생활과 전혀 관계가 없다. 실질적으로 어떻게 국민에게 잘 다가갈 수 있느냐를 생각하려면 정당이 정책 경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대표가 제기한 삼성·부동산 등 문제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부자들 부동산 가지고 돈 벌려고 하는 자유는 과거 민정당 시절 내가 적극 제지한 사람 중 한 사람"이라며 1987년 헌법개정 당시 자신이 경제민주화 조항 도입에 앞장선 것을 언급하는가 하면, "삼성이 오늘날 곤욕을 겪는 것도 과거 지나칠 정도로 시대감각에 역행해서 '노조 없는 회사'가 능사인 것처럼 하다가 스스로 어려움에 빠지게 된 것"이라고 심 대표의 지적에 동조하는 취지로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정당이고 기업이고 사람, 시대가 변하고 의식이 변화하는 데 따라가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나라가 지금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상황에 처해 있다"며 "정치하는 사람이라면 불평등 문제는 누구나 해소하려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어려운 시기에 어려운 직책을 맡으셔서 축하드린다"고 축하 인사를 건넸고, 김 위원장은 "고생문이 훤한 사람한테 축하할게 뭐 있느냐"고 하면서 심 대표를 향해 "선거 결과가 예상대로 안 돼서 상당히 서운하겠다"고 안부를 묻기도 했다.

다만 신경전도 오갔다. 김 위원장이 "심 대표가, 정의당을 여당 편만 들지 말고 야당하고도 협력할 수 있는 정당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심 대표는 "통합당이 불평등 해소에 적극 나서면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다. 열심히 경쟁해 보자"고 받았다.

김 위원장은 또 "지금은 여당이 너무 거대 여당이 돼서, 오만에 빠지고 모든 것이 뜻대로 된다고 생각할 것 같다. 그러면 과거의 잘못을 다시 저지를 수밖에 없다"고 통합당이나 정의당 모두 여당을 견제해야 할 야당이라는 점을 간접 부각시키기도 했다. 심 대표는 이에 대해 "야당이 불평등 해소, 기후위기 극복에 중심을 두고 적극 정책을 제안하면 여당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어 심 대표가 "제1야당이 '진취적으로' 하시면 저희 같은 진보정당은 더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웃으면서 "진보당은 더 앞서가야지"라고 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심 대표와의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이날 자신이 '기본소득을 검토해야 한다'고 공개 선언한 것과 관련해 "이제 어떻게 할지 검토를 해야 한다. (구체적인 것은) 나중에 시기가 되면 충분하게 설명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청와대에서 '기본소득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나온 데 대해서는 "(이제 막) '검토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시기상조니 하는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총선 당시 세출예산 용도변경으로 코로나 경제 대책 재원 100조 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 기본소득 재원을 염두에 뒀던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것은 관계 없다"고 답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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