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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쓰레기" "똥개"…갈수록 거칠어지는 '김여정의 입'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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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방일색·모욕성 표현 대거 동원해 탈북민 비난

당국 직접 겨냥 안 했지만 대남 불만 수위 반영

제재·코로나 이중고 속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

군사합의 파기까지 언급하며 "해결하라" 압박

뉴시스

【서울=AP/뉴시스】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2019.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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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관련 대남 비난 담화를 발표하며 비방 일색의 표현을 대거 사용해 눈길을 끈다. 남측 당국을 직접 겨냥한 말은 아니지만 북한의 대남 불만 수위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어 보인다.

김 제1부부장은 4일 발표한 담화 '스스로 화를 청하지 말라'에서 "사람값에도 들지 못하는 쓰레기들이 함부로 우리의 최고 존엄까지 건드리며 핵 문제를 걸고 무엄하게 놀아댔다"며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김포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한 데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김 제1부부장은 "들짐승보다 못한 인간 추물", "글자나 겨우 뜯어볼까 말까 하는 바보들", " 똥개", "오물" 같은 모욕적 성격이 강한 표현을 써가며 북측으로 전단을 살포한 탈북민들을 맹비난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3월 본인 명의로 발표한 첫 담화에서부터 거침없는 언어 구사로 주목받았다. 그는 당시 "저능하다", "바보스럽다", "세 살 난 아이 같다", "겁 먹은 개"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중단을 요구한 청와대를 비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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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5월 31일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 이라는 제목의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1일 밝혔다. (사진=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2020.06.01. photo@newsis.com


북한이 탈북자들에게 '인간쓰레기'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긴 하다. 과거 대북전단 살포 때도 이 같은 표현이 쓰였고, 북한 선전매체는 지난 총선에 출마한 태영호·지성호 의원을 향해서도 '인간쓰레기', '추물' 같은 단어를 사용했다. 다만 백두혈통이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변인 격인 김 제1부부장의 입이 한층 거칠어졌다는 점에서 예사롭게 여길 수만은 없어 보인다.

북한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대북전단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대변인 등 명의로 대남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고 2014년 10월에는 대북전단에 고사총을 쏴 남측 민가 일대에 총탄이 떨어지는 아찔한 일이 일어난 적도 있다. 북한의 최고 존엄을 모독해 체제를 흔드는 일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북한이 다시 이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최근 북한이 처한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이중고 속에서 내부 결속에 열을 올리며 정면돌파전을 힘겹게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측의 대북전단이 민심을 자극한다면 충분히 불쾌감을 가질 만하다는 것이다. 김 제1부부장이 이날 담화에서 "가장 부적절한 시기를 골라", "지금과 같은 때에"라고 언급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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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 청사에서 북한 담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오늘 새벽 '스스로 화를 청하지 말라'는 제목의 담화를 내고,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0.06.04. kmx110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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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담화가 북한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에 이례적으로 게재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북한 내부 결속을 약화시킬 수 있는 대북전단 살포해 강력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주민들을 단속하려 한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담화가 노동신문에 실린 데는 대남 경각심을 고취해 체제 결속을 이끌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며 "또 탈북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우회적인 메시지도 담겼다"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은 이렇게 대북전단에 대한 불쾌감을 여과없이 전하면서 결국 책임은 우리 정부에 묻고 있다. 이미 철거 문제가 비화된 금강산 관광시설을 넘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개성공단 폐쇄, 9·19 군사합의 파기를 언급한 것은 남측을 압박하기 위한 치명적인 카드를 쓴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기 남북 교류협력의 산물을 모두 훼손하고 대결의 시대로 회귀할 수 있다는 암시여서다.

2018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상징이었던 김 제1부부장이 남측을 향해 이처럼 날선 말을 내놓는 것 자체가 충격파이기도 하다. 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친동생이자 남북·북미정상회담 과정을 함께 했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김 위원장의 의중이 전달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러브콜을 계속 보내고 있지만 당분간은 냉랭한 기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f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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