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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두 동강 난 '전두환 동상'…"흉물스럽다" vs "파손 자체가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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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된 동상 '흉물, 미관 해친다' 민원

"동상 상징성 고려하면 그대로 둬야"

뉴스1

4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전시된 '무릎꿇은 전두환' 동상이 두동강 나 부서져있다.2020.6.4/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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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무릎꿇은 전두환' 동상이 심하게 파손되면서 도심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동상을 치워달라는 민원이 제기됐다. 광주시와 5·18 단체는 '전두환 조형물' 처리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4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최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 설치된 '무릎꿇은 전두환' 동상이 심하게 파손됐다. 분노한 시민들의 뭇매에 지난달 쯤 동상 머리 부분에 금이 갔고 이후 그대로 전시를 이어오다 얼마전 얼굴 부분과 등 뒷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일부 시민들이 5·18민주광장 한복판에 동상 얼굴이 심하게 파손된 채 방치되는 것이 '흉물스럽다'며 광주시에 이를 해결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조형물의 복원 여부는 5·18단체와 동상 소유주가 결정할 문제다. 다만 해당 조형물이 설치될 때 민주광장 사용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5·18단체에 동상 철거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5·18단체 관계자는 "5월단체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라며 "분노 표출 방법으로 동상을 뿅망치로 때리도록 했는데 분노로 깨진 동상을 왜 굳이 복원하느냐는 의견이 있는 반면 당초 의도한대로 동상이 제 기능을 못하는데 복원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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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전시된 '무릎꿇은 전두환' 동상이 파손돼 있다.2020.6.4/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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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광장에서 심하게 부서진 전두환 동상을 본 시민들은 '동상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그대로 존치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옛 전남도청 관람객 김모씨(37)는 "깨진 전두환 동상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미완의 과제를 암시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파손된 동상 자체가 시민들의 분노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동구에 거주하는 이모씨(55)는 "매일 같이 이 앞을 지날 때마다 '왜 깨진 동상을 안 치우고 방치하나' 생각했는데 사정을 들어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아 이제는 이해가 된다"며 "굳이 돈을 들여 전두환 동상을 고쳐야 하나 싶기도하다"는 현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에서 5·18투어를 위해 광주를 찾은 김혜미씨(27·여)는 "누구의 기준으로 '흉물'이라고 표현되는지 모르겠다. 누군가에게는 흉물일 수 있어도 누군가에는 이대로도 좋은 본보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beyond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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