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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가수 폴킴 “진짜 히어로들께 신곡 ‘히어로’로 고마움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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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담 서울의료원서 의료진 위문 공연

[경향신문]

경향신문

서울의료원의 코로나19 전담 의료진이 4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본관 4층에서 가수 ‘폴킴’의 위문공연을 보고 있다.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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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달 만에 레벨D 방호복 벗고, 코로나19 생각 ‘잠시 멈춤’
공연 중간 의료진 ‘뭉클한 사연’ 나누며 동료애 확인도

파란색 간호복 차림에 하얀 실내화를 신은 간호사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답답한 레벨D 방호복을 벗고 코로나19 생각을 ‘잠시 멈춤’한 채로 노래를 듣기 위해서다.

점심시간인 4일 낮 12시30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 가수 폴킴이 찾아왔다.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의료진을 응원하고 위로하는 노래를 하기 위해서다. 서울의료원은 지난 2월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하고 모든 병실에 코로나19 환자만 받고 있다. 지난 4개월간 의료진 500여명은 혹시 모를 감염 우려 때문에 가족과 친구도 멀리하고 병원 ‘붙박이’ 생활을 해왔다.

폴킴이 이들을 위한 무료공연을 병원 측에 먼저 제안하면서 점심시간을 맞아 작은 콘서트가 열렸다.

공연은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해 의료원 본관 4층에 있는 야외정원에서 열렸다. 거리 두기를 위해 지정번호가 붙어 있는 의자는 2m씩 떨어져 배치됐다. 현장 관람 의료진은 사전 추첨을 통해 60명으로 제한했다. 발열체크와 손 소독을 마치고 KF94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받은 의료진이 자리에 착석하자 공연이 시작됐다.

첫 곡은 폴킴의 대표곡인 ‘모든 날, 모든 순간’이었다. 첫 곡을 마친 폴킴은 “다들 건강하시죠”라고 묻고 “힘들게 노력하시는 분들을 위해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해보니 노래 부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큰 함성 대신 박수로 화답했다. 관객들은 비말 전파를 방지하기 위해 노래를 크게 따라 부르는 것을 자제하고, 손짓이나 박수로 호응했다. 건물 안에서 작은 창문 틈새로 공연을 지켜보던 의료진이 큰 소리로 호응해 분위기를 띄웠다.

이날 공연 중 폴킴은 미리 의료진에게서 전달받은 사연을 읽었다. 다음달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응급의학과 수련의 2년차인 한 의사는 “결혼식 자체를 여는 것도 걱정이지만, 신랑이 코로나19 의사라고 하면 하객들이 많이 없을 것 같아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한 간호사는 “거리 두기를 하느라 아이들을 유치원에 등원시키는 것도 자제해왔는데, 어느 날 아이들이 ‘엄마, 유치원에서 엄마 오지 말래? 손 씻고 우리랑 같이 유치원 가자’라고 물어 눈물이 쏟아졌다”는 사연을 보냈다.

폴킴은 신곡 ‘히어로(Hero)’를 부르기 전 “진짜 히어로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돼 의미가 깊다”며 “계셔주셔서 감사하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날 관객은 대부분 국가지정격리병동이나 음압병실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을 직접 돌보는 간호사들이었다. 지난 2월부터 병원 근처 의료진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4개월 동안 집에 가지 못한 김영태 간호사(27)는 공연이 끝난 후 “가수분이 저희를 생각하면서 ‘히어로’라는 노래를 불러주신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거리 두기를 하느라 어디에도 가지 못하는 것이 너무 힘든데, 직접 폴킴 노래를 듣게 돼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한민주 간호사(27)는 “저는 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데, 제가 병동에 근무하니까 감염이 우려돼서 제 동생까지 주말에 밖에 나가지 않고 있다”며 “공연 중간에 들려준, 아이들 등원을 못 시켜주고 있다는 어머니 이야기가 제 이야기 같고 아주 와닿았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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