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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中의 두얼굴…세계백신연합에 `푼돈`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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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0억 달러·일본 3억 달러·한국 3000만 달러·중국 2000만 달러'

5일 밤(한국시간) 세계 30여개국 정상과 고위 관료가 화상으로 참여하는 '가상 백신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글로벌 백신 개발과 보급에 향후 5년 동안 240억원에 불과한 소액을 약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미국(2조4000억원)은 고사하고 한국(360억원)과 일본(3600억원) 약정액보다도 적은 규모로, 글로벌 공동 이슈에서 중국이 어떤 책임감과 연대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실상을 보여줬다는 비판을 일으키고 있다.

이날 가상 백신 정상회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마련한 행사로 일종의 글로벌 정상 간 '자선 바자회' 성격이었다. 각 국가가 자국 사정에 맞게 기부를 해 총 74억 달러(약 9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세계백신연합(Gavi)에 전달하는 취지다.

세계백신연합은 말라리아, 콜레라, 홍역, 에이즈 바이러스(HIV) 등과 같은 질병에 대응하기 위해 백신 개발과 분배를 관장하는 민관협력 파트너십이다. 이날 행사의 경우 글로벌 팬데믹을 일으킨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보급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만큼 GAVI에 적극적인 기부 약정이 예상됐다. GAVI가 탄탄한 재원을 가지고 있어야 민간 제약사들이 향후 시장 수요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백신 개발에 착수하는 것은 물론, 개발된 백신이 빈곤국에 적정한 가격에 공급될 수 있는 것이다.

약정 결과는 각국 정상 혹은 고위 외교관료의 화상 발표로 확인이 됐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021~2025년까지 약 2조원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조5000억원을 약정했다. 세계백신연합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노르웨이도 무려 1조2000억원을 쾌척했고, GAVI는 노르웨이에 각별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국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화상 연설을 통해 5년 간 360억원을 약속했다. 이는 한국이 비영리 국제기구를 상대로 낸 사상 최고액수로 평가된다.

일본도 이날 백신개발의 중요성과 글로벌 선진국으로써 책임을 통감한다며 아베 신조 총리가 향후 5년 간 3600억원을 약정했다. 당초 아베 총리는 이의 3분의 1 수준인 1200억원 상당을 검토하다가 과감하게 해당 금액으로 상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중국 리커창 총리는 한국보다도 120억원이 낮은 24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매년 납부하는 분담금(약 5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중국이 과연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공평한 글로벌 배분에 대해 상응하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더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당선되자 향후 10조 원이라는 거액을 WHO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국제연합(UN) 산하기구로 세계 보건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WHO에는 천문학적 기부를 약속했던 중국이 민관협력 플랫폼에는 한 해 50억원이 채 안 되는 푼돈을 약속한 꼴이다.

리커창 총리는 이날 약정과 관련한 메시지에서 "코로나19의 도전에 맞서 나는 중국 정부가 향후 5년 간 240억원을 기여하는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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