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스 8월 도입해 내년 전경기로
공 궤적 추적 볼-스트라이크 판단
팬들 환영… 일각선 신중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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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개막 후 사흘 뒤인 5월 8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하루 전 한화-SK 경기를 맡았던 심판조 전원(5명)을 퓨처스리그(2군)로 강등시켰다. 경기 후 한화 이용규는 공개적으로 심판의 스트라이크-볼 판정의 일관성에 문제를 제기했고, KBO가 이례적으로 빠른 행동을 취한 것이다.
그로부터 한 달 가까이 흘렀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판정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KBO는 심판들을 2군으로 내려보내곤 한다. 하지만 선수나 감독들은 여전히 심판 판정에 고개를 갸웃하기 일쑤다. 팬들도 심판을 신뢰하지 않는다. 심판은 ‘공공의 적’ 취급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어쩌면 지금이 심판들에게는 시련의 마지막 시기일 수 있다. 로봇 심판 시대가 성큼 눈앞에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빠르면 8월 KBO리그 퓨처스리그(2군) 경기부터 ‘로봇 심판’이 도입된다. KBO 관계자는 4일 “로봇 심판 관련 업체를 선정해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며 “8월부터 LG 2군 안방인 경기 이천구장과 NC 2군의 홈구장 경남 마산구장에 해당 장비를 설치해 시범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올해 퓨처스리그 약 20경기에서 로봇 심판을 운용한 뒤 내년 퓨처스리그 전 경기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로봇 심판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동 스크라이크-볼 판정 시스템’이다.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야구장에 설치된 카메라나 레이더가 투수의 공 궤적을 쫓아 볼 또는 스트라이크를 판정한다. 이는 홈 플레이트 뒤에 서 있는 인간 심판에게 전달된다. 무선 이어폰으로 내용을 전달받은 인간 심판은 스트라이크나 볼을 외친다. 주심의 고유 영역이었던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을 로봇이 대신 하는 것이다.
가장 큰 장점은 판정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심판마다 스크라이크 존이 다르고, 같은 심판이 한 경기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로봇 심판이 도입되면 억울한 판정이나 이를 둘러싼 논란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 심판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독립리그 애틀랜틱리그에서 로봇 심판을 테스트했다. 올해는 마이너리그 싱글A를 시작으로 상위 리그로 점차 적용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시 중단 상태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향후 5년 안에 로봇 심판을 도입하기로 심판 협회와도 합의를 이뤘다.
팬들은 로봇 심판 도입에 환영 일색이지만 다른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최근 “오심은 나와선 안 되고 고쳐 나가야 하지만 심판도 인간인 이상 실수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로봇 심판 도입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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