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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단한 마스터플랜, 분위기 탄 허삼영호[SS 집중분석-영남 라이벌 희비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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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삼성 4번 이원석이 지난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프로야구 LG트윈스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 5회초 1사 1,2루에서 좌월3점홈런을 터트린후 홈인하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프랜차이즈 최악의 암흑기를 끊을 적임자가 나타났다. 철두철미한 계획 속이 돋보인다. ‘리빌딩’이나 ‘세대교체’와 같은 단어는 지워버렸다. 삼성이 허삼영 감독의 지휘하에 솟아오르고 있다.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시즌 첫 15경기에서 5승 10패로 고전했지만 3연속 위닝시리즈로 상승기류를 만들었다. NC와 지난주말 3연전을 2승 1패로 장식하더니 LG와 주중 3연전도 첫 두경기를 내리 잡았다. 비록 4일 잠실 LG전에서는 기선을 제압당해 대패했지만 잡을 경기는 확실히 잡고 간다.

구자욱, 박해민, 벤 라이블리 등 주축선수가 이탈했음에도 막강 마운드를 앞세워 거침없이 질주한다. 약점으로 꼽힌 타선도 타일러 살라디노의 반등과 함께 살아났다. 허 감독은 최근 상승세 원인에 대해 “일단 분위기가 많이 올라왔다. 선수들이 잘 하면서 벤치 분위기도 달라졌다. 이전보다 선수들끼리 격려하고 독려하는 모습이 많다. ‘원팀’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분위기는 결과로 만들어진다.

삼성은 이른바 ‘위닝 컬쳐’를 만드는 과정을 중시했다. 허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엔트리 전체를 폭넓게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라면 누구든 1군 선수다운 활약을 펼쳐야 한다고 봤다. 이 철학은 100% 전력을 이루지 못한 현재 오히려 더 밝게 빛난다. 수시로 라인업에 변화를 줘 불펜 가용폭도 넓혔다. 허 감독은 “지금 우리가 상승기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상승기류는 언제든 내려갈 수 있다. 최근 타자들이 잘 치고 있으나 업다운이 있을 것”이라며 “당초 계획한대로 선수들을 고르게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체력안배를 해주면서 야수진 14명을 골고루 활용하는 게 시즌 끝까지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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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이 13일 고척 키움전에서 5-0으로 승리한 뒤 선수단에 박수를 보내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변화 속에서 경기력을 유지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모든 선수를 완전히 파악해야 가능하다. 허 감독의 야구철학은 수 년 동안 전력분석원으로 활약한 장점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실제로 야수마다 특징을 정리해 이를 라인업에 반영한다. 이원석은 무주자보다 유주자시 집중력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4번에 배치한다. 살라디노의 타격페이스가 올라왔지만 4번에 고정할 마음은 없다. 타자들의 스윙 궤적 등을 머릿속에 넣고 상대 투수에 맞춰 라인업을 짠다.

마운드 운영철학도 뚜렷하다. 허 감독은 “투수들도 무리시키면 안 된다. 혹서기에 대비해 투수와 야수 모두 체력안배를 생각하고 있다. 원태인도 일단은 주 2회 등판시키지 않는다”며 “지난 3일 경기에서도 최대한 필승조를 아끼는 방향으로 갔다. 이승현에게 2이닝을 맡긴 게 리스크는 있었지만 덕분에 최지광과 우규민이 쉬었다”고 밝혔다.

허 감독은 “인위적인 리빌딩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젊은 투수들이 잘하고 있어서 리빌딩 얘기가 나올 수는 있지만, 가장 좋은 선수를 출장시키고 있다. 젊은 투수들이 많은 것은 이 투수들이 다른 투수들보다 훨씬 좋은 공을 던지기 때문이다. 좋은 선수들만 쓰면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찬란한 왕조시대를 뒤로하고 허무하게 추락했던 삼성이 냉철한 지략가 허 감독과 함께 다시 일어서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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