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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군 투입’에 반기 든 전현직 국방장관… 한발 물러선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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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잦아들었지만 전국에서 1만명 체포 / 외부세력 개입 사실 아냐 / 플로이드 사망 연루 미니애폴리스 전직 경찰관 4명 기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경찰의 가혹행위로 흑인인 조지 플로이드가 숨지면서 촉발한 시위 진압을 위해 군 병력을 투입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법 집행에 병력을 동원하는 것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밝힌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도 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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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성향 인터넷매체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군 투입 여부와 관련해 “상황에 달려있다.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30만명이 넘는 매우 강력한 주방위군이 있다”며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에스퍼 장관은 이와 관련해 TV에 생중계된 브리핑에서 “(군 동원을 위한)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이틀 전 주지사들이 주방위군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지 않으면 군을 동원하겠다고 경고한 트럼프 대통령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의 발언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후 에스퍼 장관은 백악관 회의 및 국방부 내부 논의에 참석한 뒤 워싱턴 인근에 배치한 현역 병력 일부의 원대복귀 결정을 뒤집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국방장관에 임명한 제임스 매티스 전 장관과도 충돌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이날 시사매체 애틀랜틱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민을 통합하려 노력하지 않는, 심지어 그렇게 하는 척도 하지 않는 내 생애 유일한 대통령”이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 그는 “성숙한 리더십이 없는 3년의 결과를 보고 있다”고 성토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 진압을 위한 연방군 투입을 시사한 데 대해 “국내에서 군 투입은 매우 특별한 경우, 주지사 요청 때만 이뤄져야 한다”고 반대했다. 그러면서 “나는 50년 전 입대할 때 헌법을 수호하고 지지한다는 맹세를 했다”며 “같은 선서를 한 군대가 시민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도록 명령을 받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끈했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매티스를 “미친개”로 칭하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나의 유일한 공통점은 세계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장군인 매티스를 해임하는 영광을 누렸다는 것”이라고 조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가 격화한 지난달 29일 밤 “지하벙커에 피신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점검하러 잠깐 갔을 뿐”이라며 오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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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뉴스


미 언론은 전국 규모로 확산한 시위가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산발적 파괴와 약탈, 폭행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시위로 미국 전역에서 1만명 이상이 체포됐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가장 많은 2500여명이 체포됐고, 뉴욕 2000여명, 수도 워싱턴 400여명 등이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선 70대의 흑인 경찰서장 출신인 데이비드 돈이 전날 자신의 전당포 가게를 지키다 약탈범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시위에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실상은 달랐다. 미네소타주 시위 참가자 80%가 주 밖에서 왔다는 팀 월즈 주지사 주장과 달리 지난 주말 미네소타에서 체포된 52명 중 41명이 미네소타주 운전면허증을 갖고 있었다. 워싱턴에서 체포된 이들 중 86%가 워싱턴과 인근 메릴랜드·버지니아주 거주자였다.

LA에서 ‘국민 시의회’가 체포된 시위대를 위해 200만달러(약 24억원)를 모았는데, 46만명 이상이 10∼20달러씩 소액을 기부했다고 AP는 설명했다.

플로이드 사망에 연루된 미니애폴리스 전직 경찰관 4명은 이날 전원 기소됐다. 이들 4명 중 3급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데릭 쇼빈(44)은 ‘2급 살인’ 혐의가 추가돼 유죄 판결 시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됐다. 플로이드 부검 결과 코로나19 양성반응이 나왔고 혈액에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성분이 검출됐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4일 현재 미국 내 126개 한인 상점의 재산피해 신고가 현지 공관에 접수됐다. 전날보다 27건 증가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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