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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진중권 "이수진, 자기 정체 까발렸다고… 법관 탄핵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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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4일 법정에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증언을 한 판사에 대해 "심한 모욕감을 느낀다"며 탄핵을 거론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평소에 숙제도 잘 안 해오고 남보다 공부도 게을러 낙제한 것뿐인데, 이걸 '내가 집에 혼자이불 뒤집어쓰고 만세운동 했다고 일본인 교장이 나를 유급시켰다'고 주장해온 셈"이라며 “자신의 정체를 까발렸다고 애먼 사람을 부역자로 몰아 잡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판사 출신인 이 의원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라 ‘양승태 블랙리스트’에 올라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지만 양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을 지낸 김연학 부장판사는 지난 3일 법정에서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이었던 이 의원의 평정이 좋지 않아 인사가 난 것이지,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기 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다음날인 페이스북에서 “김 부장판사가 저에 대한 인사 불이익을 부정하고 업무 역량 부족 탓이라는 진술을 했다. 심한 모욕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김 부장판사는 양승태 사법부에서 5년을 근무하면서 폐쇄적인 인사 관리를 도맡은 핵심 인사”라며 “법관 탄핵 검토 대상자 1순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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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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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진, ‘몰래 이불 뒤집어쓰고 혼자 독립 만세 불렀으니 독립유공자 인정해달라’는 꼴”

진 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법관 탄핵 코미디'라는 글에서 "이수진 판사는 자기가 양승태 대법원장이 추진했던 상고법원에 반대했다고 말하나, 실은 이에 반대하는 서기호 판사를 설득하기 위한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밝혀졌고, 이 자리에서는 물론 서기호 판사에 대한 설득작업이 이루어졌다"며 "이수진 판사도 이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적 친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할 뿐"이라고 했다. 이어 "문제는 이수진 판사가 평소에 상고법원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적으로 밝힌 적이 있냐는 것"이라며 " 우리가 아는 한 그런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 이분, 자기는 사법농단에 저항했다고 주장하는데 정작 양승태의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들어가 있지도 않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결국 양홍석 변호사 말대로 '아무도 몰래 이불 뒤집어 쓰고 집에서 혼자 독립만세 불렀으니 독립유공자로 인정해 달라'는 꼴인데, 참 재미있는 현상"이라며 "지금 의원이 된 이수진 판사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친분 때문에 어쩔수 없이 토착왜구에게 협력했다는 사실뿐인데 무슨 조화로 이런 분이 졸지에 독립유공자 대우를 받게 됐는지 알 수가 없다. 재미있는 세상"이라고 했다.

그는 "그럼 남은 것은 자기가 독립운동 하다가 불이익을 당했다는 주장뿐인데, 재밌게도 오늘 법정에서 그와 배치되는 증언이 나왔다"며 "당시 인사총괄심의관을 지낸 현직판사가 당시 이수진 판사는 역량부족으로 좌천된 것뿐이라는 취지로 증언을 했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당시 평정표에는 '보고서 작성 건수가 평균에 못 미치고, 업무에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도 다른 직원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가 담겨 있다고 한다"며 "반면,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등 인권법분야에 관심이 많고 식견을 갖춤'이라고 하여,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은 외려 긍정평가 요소로 평가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결국 평소에 숙제도 잘 안 해오고 남보다 공부도 게을러 낙제한 것뿐인데, 이걸 '내가 집에 혼자이불 뒤집어 쓰고 만세운동 했다고 일본인 교장이 나를 유급시켰다'고 주장해온 셈"이라고 했다.

◇“180석 참 무섭다…법관 탄핵 자의적 오용 가능성 보여줘”

그는 이 의원의 판사 탄핵 발언과 관련, "코미디는 이어진다"며 "(이 의원은) 그 분(김연학 부장판사)을 사법농단판사로 몰아 단죄하겠다는 얘긴데, 정작 그 부장판사는 이제까지 한번도 사법농단판사 명단에 오른 적이 없다고 한다"며 "하다 못해 자기처럼 토착왜구 도와주는 부역질이라도 했으면 모를까, 자신의 정체를 까발렸다고 애먼 사람을 부역자로 몰아 잡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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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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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전 교수는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법관탄핵 1순위'는 이렇게 선정됐다. 180석이 참 무섭죠? 법관탄핵이 자의적으로 오용될 수 있음을 이수진 의원이 몸으로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3권분립이 제대로 보장되려면 의원들이 법관을 탄핵하는 것만이 아니라 법관들이 의원을 탄핵하는 것도 가능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가령 법관 탄핵을 사적 복수의 수단으로 삼는 이수진 의원, 혹은 재판받는 자세가 지극히 불량한 최강욱 의원. 이분들도 국회에서 치워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블랙리스트 좌천’은 이수진 상상…환상 깨지니 실제 폭로한 판사를 나쁜 놈 만들어”


진 전 교수는 "이수진 의원은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오인'의 상태에 빠져 있는 듯하다. 자신이 허구적으로 구성한 '이상적 자아'를 자신의 진짜 모습으로 착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상상계 속에서 그(이 의원)는 사법농단에 저항하다가 불이익을 당한 정의로운 판사지만 실재계에서 그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적도 없고, 외려 사법농단에 협조했으며, 근무평정이 안 좋아 좌천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그런데도 그동안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올라서 좌천된 것이라 상상해 왔던 것이다. 상황을 제 편할 대로 주관적으로 편집해 일종의 개인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그것으로 정치 마케팅까지 해온 것"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그의 스토리가 허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미 몇 차례 드러난 바 있는데 그러다가 이번에 근무평정까지 밝혀진 것"이라며 "그 환상이 깨지니 다시 필사적으로, 공격적으로 자신을 이상적 자아와 동일시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실재계를 폭로한 부장판사를 '법관탄핵 1순위'에 올려 놓은 것"이라며 "그(김연학 부장판사)를 나쁜 놈을 만들어야 자신의 상상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아마 본인은 지금도 자기가 꾸며낸 허구를 사실로 믿을 것"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런 분을 선거용 '스토리'에 홀려 민주당에서 검증없이 기용한 것"이라며 "이게 다 운동권 서사가 출세의 수단으로 전락하다 보니 벌어지는 해프닝. 인생은 코미디"라고 했다.

[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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