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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분노보다 강한 ‘8분46초 침묵’... 사망 열흘 만에 플로이드 첫 추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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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평화시위 당부… 美 전역서 ‘침묵 애도’ 추모 물결
한국일보

미국 흑인 인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가 4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노스센트럴대에서 열린 조지 플로이드의 추도식에서 추도 연설을 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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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플로이드의 이름으로 일어나 ‘우리의 목에서 너희들의 무릎을 치워라’라고 말할 때입니다.”

미국 백인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숨진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첫 추도식이 열린 4일(현지시간) 흑인 인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는 이렇게 외쳤다. 이날 미 전역에선 플로이드가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린 ‘8분 46초’ 동안 침묵으로 그를 추모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날 추도식은 사건이 발생한 미니애폴리스의 노스센트럴대에서 유족들과 시민, 지역정치인, 인권운동가 등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행사를 주관한 샤프턴 목사는 추도사에서 “플로이드의 이야기는 흑인 모두의 이야기가 됐다”며 “400년 전부터 우리가 꿈꾸던 사람이 될 수 없었던 이유는 당신들이 무릎으로 우리(흑인)의 목을 짓눌렀기 때문”이라고 인종차별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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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열린 조지 플로이드의 추도식에 참석한 제이콥 프레이 미니애폴리스시장이 플로이드의 관 앞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애도를 표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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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우리는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를 원한다”면서 평화시위를 거듭 당부했다. 추도식에 참석한 제이콥 프레이 미니애폴리스시장은 플로이드의 관 앞에서 한 쪽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흘리며 애도했다. 행사는 참석자 모두가 일어서서 8분 46초 동안 묵념을 하면서 플로이드를 기리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추도식은 TV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됐다.

‘침묵의 순간’은 미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졌다. 시민들은 추도식 마지막 순서가 진행되던 바로 그 시간에 일체의 활동을 멈추고 침묵으로 그의 영면을 기원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모여 묵념했고, 일부 의원들은 무릎을 꿇기도 했다. 추도 기도를 맡은 코리 부커 의원은 “살아있는 모든 이들을 보호함으로써 죽은 이들을 기리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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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기리고 미국 내 인종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모인 미국 시민들이 수도 워싱턴의 마틴 루터킹 목사 메모리얼(기념비)에서 8분 46초 동안 무릎을 꿇은 채 ‘침묵의 애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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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시민들도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비 인근에 모여 묵념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주(州) 새크라멘토, 메사추세츠주 보스턴 등에서도 ‘침묵의 애도’가 이어졌다. 플로이드의 동생 테렌스는 뉴욕 브루클린 집회에 참석해 “형은 떠났지만 그의 이름은 남았다”면서 시위대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날 처음 열린 플로이드의 추도식은 그의 생전 발자취를 따라 오는 9일까지 미국 내 다른 2개 도시에서도 더 진행될 예정이다. 오는 6일 플로이드가 태어난 노스캐롤라이나주 래퍼드에 이어 8일에는 고교 시절 풋볼팀ㆍ농구팀의 ‘스타 선수’로 활약하는 등 생애의 대부분을 보낸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추도식이 열린다. 장례식은 9일 오전 휴스턴에서 유족 등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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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미국 수도 워싱턴의 국회의사당에서도 미 민주당 상원의원들의 ‘조지 플로이드’ 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팀 케인(맨 왼쪽) 버지니아주 상원의원과 마이클 베넷(맨 오른쪽) 콜로라도주 상원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8분 46초’ 동안 무릎을 꿇은 채 묵념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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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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