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숫자가 증명했다…조지 플로이드 시위 배경엔 흑백 경제불평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지난달 31일 시애틀에서 열린 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 집회에서 한 흑인 시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발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미국을 열흘 넘게 뒤흔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군대 총동원령까지 고려하겠다는 초강수까지 뒀지만, 시위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여기엔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흑백 경제 불평등이 배경으로 지적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피터 G 피터슨 재단과 함께 조지 플로이드 사망 전후인 지난달 20~26일간 미국 전역 1000여명의 흑인과 백인 유권자를 조사한 결과, 이런 흑백 경제 불평등이 숫자로도 확인됐다.

단순한 흑인에 대한 차별을 넘어 소득과 고용 안정에 대한 불평등이 계량적으로도 증명된 셈이다. 피터 G 피터슨 재단은 당파성을 배제한 비영리 단체로, 미국의 재정 등 경제 이슈를 집중 연구한다. 이번 조사를 위한 설문 기관으로는 균형을 위해 민주당을 지지하는 글로벌 전략 그룹과, 공화당을 지지하는 노스 스타 오피니언 리서치 그룹이 함께 참여했다고 FT는 밝혔다. 오차범위는 ±3%다.

중앙일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이 비무장상태였던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트위터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백인보다 흑인 가정에 더 큰 경제적 손실을 안겨줬다. 미국 흑인의 경우 74%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손실이 있다”고 답한 반면, 같은 답을 한 백인 응답자는 58%였다. 흑인 응답자의 25%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실직 또는 일시 해고를 당한 상태이지만 백인은 19%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봉쇄(lockdown) 조치로 인해 백인보다 흑인이 더 큰 타격을 입은 셈이다. 정부의 봉쇄 조치가 해제되고 경제활동이 재개되어야 한다고 답한 흑인은 52%, 백인은 36%였다. 흑인 응답자들에게 경제 봉쇄 해제가 더 절실하다는 의미다.

FT뿐 아니라 다양한 지표에서 흑백 간의 경제 불평등은 확인된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 백인 가구의 순 자산은 2016년 기준 중간값이 17만1000달러(약 2억802만원)인 반면, 흑인의 경우는 1만76달러였다. 흑인 가정의 평균 수입이 백인 가정의 10분의1인 셈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 역시 지난 4월 기자회견에서 “실업률이 소수민족과 저소득층에서 훨씬 빠르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미국에서 흑인 차별은 뿌리가 깊다. 사진은 과거 흑인 등 유색 인종을 위한 전용 출입구. 버스에서도 백인과 같은 좌석에 앉는 것이 불법이었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흑인은 중저임금을 받는 ‘프런트라인(frontline)’ 업종에 주로 종사한다. 식당 및 수퍼마켓에서 손님을 직접 응대하며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 업종이다. NYT는 또 흑인 가구가 월세 부담은 더 많이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가(自家)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NYT는 “백인 가구의 74%는 자가 소유 주택에 살지만 흑인의 경우는 44%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에 따르면 흑백 간의 소득 격차도 심각한 수준이다. 고교 졸업자인 흑인의 경우 같은 학력 수준의 백인이 받는 소득의 78.1%의 임금을 받는다. 대학 졸업 비율은 백인의 78.7%에 그친다. EPI는 특히 이런 격차가 세월을 지나면서 격화되고 있음에 주목했다. EPI에 따르면 1979년 당시엔 흑인의 86.9%, 백인의 87.2%가 대학 입학 후 학업을 정상적으로 마치고 졸업장을 받았다.

중앙일보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 사진은 사건 발생지인 미네아폴리스이지만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퍼졌다.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오랜 경제 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도록 방아쇠를 당긴 셈이다. 조지 플로이드는 비무장 상태에서 백인 경찰에게 8분 46초간 목을 눌리는 방식으로 제압당하다 사망했다.

미국의 온라인 경제 매체인 쿼츠는 지난 2일 “일부 시위대의 약탈행위를 두고 몇몇 기업인들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지만, 이는 본질을 흐리는 발언”이라며 오랜 경제 불평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가 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