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6 (화)

10년 간 빨간날 '예·적금 언택트 해지' 못하게 한 은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10년 출시 A은행 뱅킹앱

지난달 황금연휴 기간

고객 항의 전화 빗발

3일부터 해지 가능해져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지난달 황금연휴 내내 A은행 고객센터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이유는 동일했다. 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인터넷뱅킹에서 예ㆍ적금 해지가 되지 않는다는 것.


고객들은 “주말과 공휴일엔 예ㆍ적금 해지가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알고 보니 이 은행 앱이나 인터넷뱅킹에선 평일 오전 8시부터 0시까지만 예ㆍ적금 해지가 가능했다.


황금연휴는 4월30일 석가탄신일부터 5월1일 근로자의날, 2일(토요일), 3일(일요일), 5일 어린이날로 5박6일에 달했다. 이 기간 비대면(언택트) 예ㆍ적금 해지가 가능한 날은 5월4일 하루뿐이었다. 최만수(가명)씨는 “연휴에 급전이 필요해 몇 년 전 가입했던 정기예금을 해지하려다가 못해서 낭패를 겪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언택트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데 고객 편의를 생각하지 않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A은행이 2010년 모바일과 인터넷뱅킹 앱을 출시한 이후 10여 년간 휴일 언택트 예ㆍ적금 해지 서비스를 차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시중은행과 2금융권 모두 휴일에 언택트 해지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유일하게 A은행 이용 고객들만 하지 못한 것이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A은행은 지난 3일부터 365일 언택트로 예ㆍ적금 해지가 가능해졌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지난 황금연휴 기간 고객들이 언택트 해지 서비스에 대한 항의가 이어진 데 따른 개선 조치다.


A은행은 모바일뱅킹 앱을 2010년 출시했다. 가입자 수는 대략 1600만명에 달한다. 이 앱을 통해 2011년 9월부터 주말에도 예ㆍ적금 가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017년 6월부턴 대출 신청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10여년 간 주말 예ㆍ적금 해지는 차단돼 있었다.


이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은 고객 니즈가 없었으나 코로나19 등으로 최근 언택트 거래 증가와 함께 주말 예금 해지에 대한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요 은행들과 인터넷전문은행들은 365일 언택트 해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심지어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도 주말 해지가 가능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주말 예ㆍ적금 해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A은행에서 왜 주말 서비스를 막았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은행들은 언택트 예ㆍ적금 해지가 언제부터 됐는지 파악이 안 될 정도로 오래됐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3월부터 분 주식투자 열풍이 빗어낸 긍정적(?) 해프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거액을 넣어놨던 고객들이 주식투자를 목적으로 예ㆍ적금 해지가 집중되면서 미처 몰랐던 부분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얘기다.


이는 숫자로도 유추해 볼 수 있다. A은행의 예ㆍ적금 해지 건수는 예년과 비슷하지만 금액 면에서는 크게 증가했다. 지난 3~5월 A은행 예ㆍ적금 해지 건수는 73만8000건으로 전년 동기(73만건)와 비슷하다. 그러나 금액 면에선 8조8960억원으로 7조7964억원인 같은 기간보다 1조원 이상 증가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