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이슈 로봇이 온다

극진한 접객 No, 서빙로봇 Yes…新자영업 시대 게임의 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오모테나시(극진한 접객)의 전제가 달라졌다. 고객은 더 이상 대면 접객을 원하지 않는다. 가게에 가는 것도 ‘특별한 일’이 됐다. 이제는 ‘비접촉’이 최고의 오모테나시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가 최근 커버스토리 ‘가게가 무너진다(お店が潰れる)’에서 내린 진단이다. 일본 노포 경쟁력의 정수로 꼽히던 오모테나시가 코로나19 시대에는 오히려 민폐(迷惑)가 됐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로 산업 지형이 요동친다. 자영업도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홀 대신 배달·포장·RMR(식당간편식)이, 후정산 대신 선결제가, 넓고 긴 테이블과 소파 대신 1인용 협탁과 의자가 자영업의 ‘뉴노멀’이 됐다. 대형마트 대신 ‘동네 장보기’가 확산되며 편의점에서는 수산물을 팔고, 라이더가 급증하자 일부 식당에서는 라이더 전용 공간을 만들어 고객과의 동선 분리를 꾀한다.

코로나19 시대에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신(新)자영업의 현장을 들여다본다.

매경이코노미

특수상권 대신 동네상권 ‘출점 1순위’

“도시락族 잡아라” 편의점·식당 경쟁


“판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원점에서 전략을 다시 짜고 있습니다.”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다. 코로나19 사태로 물리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되며 오프라인 매장에서 대면 접객을 기반으로 이뤄져온 기존 자영업 방식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상권, 인테리어, 접객, 모객, 결제, 상품 개발, 전달 방식 등 자영업 가치사슬(Value Chain)의 전 부문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례로 그간 외식업계에서 입지 선호도 1순위는 단연 ‘특수상권’이었다. 복합쇼핑몰, 백화점, 대형마트, 병원, 공항, 지하철역, KTX역 등 대형 다중이용시설이나 역세권은 대체로 유동인구가 일정해 비싼 수수료에도 안정적인 상권으로 여겨졌다. 소비성향이 높은 젊은 세대와 관광객이 많은 대학가, 관광지 상권도 유망주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이들 상권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쇼핑몰은 인파가 몰리는 밀폐된 실내 상권이어서 감염 우려에, 대학가는 온라인 개강으로, 관광지는 외국인 입국 금지로 유동인구가 급감한 탓이다. 반면 ‘C급 상권’으로 치부되던 동네 상권은 재택근무와 재난지원금 효과 등으로 선방하는 추세다.

매경이코노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전인 지난 1월 대비 4월 승하차자 수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지하철역은 명동(-62%), 김포공항(-47%), 고속터미널역(-45%)이었다. 반면 동작, 마곡, 성수, 상일동 등 주택이 밀집한 지하철역은 15% 감소에 그쳤다. 같은 기간 1~9호선 전체 지하철역 승하차자 수 평균 감소율 27%보다도 훨씬 선방한 셈이다.

편의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일단 강력한 경쟁자가 새로 등장했다. 홀 손님이 급감한 식당들이 배달에 이어 포장 시장도 노리며 도시락과 RMR(식당간편식) 메뉴를 잇따라 내놓자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족)’을 뺏길까 전전긍긍이다. 사와다 다카시 훼미리마트 대표는 최근 닛케이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식당들이 도시락 메뉴를 내놓으니 편의점 도시락과 경쟁관계가 됐다”고 토로했다. 매장 내 취식(eat-in) 공간을 위해 30평 이상으로 대형화하던 움직임도 ‘일단멈춤’이다.

가게 인테리어도 바뀌고 있다. 밀폐를 기피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며 노천카페처럼 테라스나 루프톱을 강조한 야외 공간이 주목받는다. 배달·포장 시장 성장은 동선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작은 가게에서 배달, 포장, 홀 영업을 같이 하면 라이더와 고객, 점주 간 동선이 엉켜 가게가 어지러워진다. 라이더는 왼쪽, 고객은 오른쪽 문을 이용하게 하는 식의 동선 분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배달이 활성화된 중국의 버블티 프랜차이즈 ‘씨차’는 일부 매장에서 라이더 대기 공간과 통로를 고객의 것과 구분해서 운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2~3년 전에는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며 분식 프랜차이즈도 주방을 후면 배치했다. 가게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가야 주방이 있었다. 그러나 라이더가 자주 드나들게 되는 코로나19 시대에는 가게 밖에서 바로 음식을 받아갈 수 있도록 다시 주방을 전면 배치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승욱·나건웅·반진욱·박지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1호 (2020.06.03~06.09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