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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잠자던 서울역 폭행 피의자 긴급체포 두고 “위법” vs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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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서 모르는 여성을 상대로 이른바 ‘묻지마 폭행’을 저지른 이모(32)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운데 법원이 그 이유로 제시한 ‘긴급체포의 위법성’을 두고 철도특별사법경찰대가 해명에 나섰다.

철도경찰은 5일 “ 피의자가 불특정 다수에게 몸을 부딪치는 등 비정상적 행동을 해 제2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신속히 검거할 필요성이 있었다”며 “체포 당시 피의자가 주거지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했으나 벨소리만 들리고 아무런 반응이 없어 도주나 극단적 선택 우려가 있어 불가피하게 체포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서울역 묻지마 폭행 혐의를 받는 이모씨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철도경찰 호송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철도경찰은 경찰과 공조를 통해 이씨의 이름과 주거지, 휴대전화 번호 등을 파악하고 지난 2일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주거지에 찾아가 초인종을 누리고 문을 두드리며 전화를 걸었다. 이후 반응이 없자 강제로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잠을 자고 있던 이씨를 긴급체포했다.

이에 법원은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신원과 주거지 등을 파악하고 있었고, 피의자가 주거지에서 잠을 자고 있어 증거를 인멸할 상황도 아니었다”며 “한 사람의 집은 그의 성채라 할 수 있다. 비록 범죄 혐의자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의하지 않고 주거의 평온을 보호받는 데 있어 예외를 둘 수 없다”고 긴급체포의 위법성을 들어 이씨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의자가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을 때, 피의자가 도주할 우려가 있을 때 긴급히 판사에게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만 긴급체포를 할 수 있다. 즉 이씨의 폭행 혐의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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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폭행’ 사건 피해자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게시물.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피해자 측은 반발하고 있다. 피해자의 가족이라고 주장한 누리꾼은 전날 트위터에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은 잠도 못자고 불안에 떨며 일상이 파괴됐는데, 가해자의 수면권과 주거의 평온을 보장해주는 법이라니 대단하다”며 “제 동생과 추가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법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느냐”고 글을 남겼다.

철도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1시 50분쯤 서울역의 한 아이스크림 전문점 앞에서 일면식도 없는 30대 여성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여성은 이씨가 다가와 어깨를 부딪친 뒤 욕을 하고 주먹으로 얼굴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여성은 광대 한쪽이 골절되는 등 부상을 입었다.

이씨는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며 “순간적으로 욱했다”고 폭행의 이유를 전했다. 철도경찰은 이씨가 정신질환을 앓아 수년간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철도경찰은 이씨의 여죄 등을 철저히 수사하고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찰과 협의할 계획이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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