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트럼프 찍어야 할지…" 에스퍼 이어 공화당서도 반발 터졌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외부 일정을 마치고 백악관으로 돌아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 대해 한때 경질까지 거론하며 격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퍼 장관이 시위 진압에 연방군을 투입할 수도 있다는 자신의 발언에 사실상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다. 하지만 에스퍼에 이어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공화당 의원들까지 비판 대열에 가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형국이다.



트럼프, 에스퍼 경질하려 했지만…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3일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지켜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에스퍼 장관의 발언이 나온 직후 화를 내며 에스퍼를 대체할 인사 명단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특히 화나게 한 것은 에스퍼 장관의 발언이 준비된 원고를 그대로 읽은 것이었다는 점이었다고 한다. 현장에서 말실수한 게 아닌, 준비된 작심 발언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앞서 에스퍼 장관은 3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군 투입 가능성 언급과 관련해 "법 집행에 병력을 동원하는 선택지는 마지막 수단으로만,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며 "우리는 지금 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강경 대응을 선언한 트럼프에 사실상 반기를 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에스퍼 장관 경질은 일단 주변 참모들이 만류로 수면 밑으로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화당 원내 대표조차 에스퍼 장관을 방어하고 나서면서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에스퍼 장관을 거론하며 "우리나라가 이처럼 어려운 시기를 맞은 가운데 헌신적으로 일하는 데 대해, 그리고 평화와 질서를 지키고 자유를 유지하며 미국 국민이 자유롭게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호하기 위한 헌법적 책무에 변함없이 전념하는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티스와도 설전..."미친 개" 언급도



중앙일보

제임스 메티스 미국 전 국방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자신을 작심 비판하고 나선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을 향해서도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매티스는 한 잡지에 실은 기고문에서 "트럼프는 미국민을 단합하려 노력하지 않는다"며 "이런 대통령은 내 평생 처음이다. 우리는 성숙하지 못한 리더십의 결과를 목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자신의 트위터에 "오바마와 나의 공통점은 세계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장군인 매티스를 해고하는 영광을 누렸다는 것"이라며 "그는 '미친 개'"라고 힐난했다.



공화당 의원들 매티스 엄호…"대선때 트럼프 찍을지 고민"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17일 존 켈리 당시 신임 백악관 비서실장과 코네티컷 뉴런던의 미 해안경비대 사관학교 행사에 참석해 국가가 연주되자 경례하고 있다.[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거친 설전 뒤 공화당 내에서 잇달아 매티스 전 장관을 두둔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화당 내 '어른' 격 인사로 여겨지는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은 4일 워싱턴포스트(WP)에 "짐 매티스는 훌륭한 사람"이라며 "대통령은 분명히 실제 일어난 일에 대해 잊어버렸거나 아니면 혼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티스를 해고하고 기분이 좋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한 것이다. 매티스가 사직서를 냈지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한 게 아니라는 설명과 함께다.

공화당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상원의원도 이날 WP에 "나는 매티스 장군이 진실하고 정직하며 필요하고 진작 했어야 할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 나아가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찍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언급까지 했다. 밋 롬니(유타) 상원의원도 "매티스 장군은 비범함과 희생정신을 가진 인물이자 건전한 판단 능력을 갖춘 애국자"라며 "나는 그를 매우 존경한다"고 추켜세웠다.



미군 퇴역 장성들도 트럼프 반대 의사 밝혀



중앙일보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백악관 전경.[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편 미군 퇴역 장성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군 투입 발언을 잇달아 비판하고 나섰다.

마틴 뎀프시 전 합참의장은 지난 2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전쟁터가 아니며 시민은 적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토니 토마스 예비역 장군도 트위터에 "미국이 전쟁터라고? 남북전쟁 같은 내전이나 적들의 침공이 아닌 다음에야 결코 들을 필요 없는 말"이라고 적었다. 샌디 위네펠드 전 합참 부의장도 워싱턴DC 상공에서 위협 비행을 한 헬기 조종사들을 향해 "연방군은 국가의 존립이 위협되는 가장 심각한 상황을 위한 보루임을 상관들에게 상기시켰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서 백악관이 당장 에스퍼 장관을 경질하기는 부담스러워졌다. CNN은 복수의 인사를 인용해, 현재 감염병과 시위로 미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데다 대선도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백악관이 당장 에스퍼 장관을 해임하는 것은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