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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트럼프가 극찬한 코로나 치료제, "가짜약 수준" 연구 결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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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해 "신의 선물"이라고 극찬하며 직접 투약까지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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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극찬하며 직접 복용까지 했던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면서 지난달 중순 기자회견에서 불쑥 "1주일 반 동안 매일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아연보충제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 ‘신의 선물’, ‘게임 체인저’라는 극찬으로도 모자라 본인이 직접 투약까지 한 것이다. 현재는 복용을 중단한 상태지만, 백악관은 언제든 다시 복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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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관련 연구가 잇따르고있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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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학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3일(현지시간) 중단했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임상시험을 재개한다고 밝혔지만, 약물이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위험하다는 연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WHO “임상 중단”→“임상 재개”



WHO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안정성을 이유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임상을 잠정 중단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효능과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 결과는 다수 나왔지만, 지난달 22일 국제 학술지 랜싯에 발표된 논문이 결정적이었다. 해당 연구진은 671개 병원에 입원한 9만6000여명의 코로나19 환자를 여러 그룹으로 나눠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여했다. 그 결과 약물을 투여한 그룹의 사망 위험도가 34% 증가했고, 심장 부정맥 위험도 137%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치료 효과는커녕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경고였다.

그러나 연구진은 4일(현지시간) 돌연 랜싯에 논문 철회를 요청했다. 인용한 데이터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국의 데이터 분석회사 서지스피어코퍼레이션(Surgisphere Corporation)의 자료를 사용했는데, 코로나19 공식 통계와 이들이 내놓은 사망자 통계가 일치하지 않는 등 데이터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리차드 호튼 랜싯 에디터는 “중대한 과학적 의문이 제기됐다”며 “서지스피어가 수집한 데이터의 신뢰성을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WHO는 지난 3일(현지시간)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임상시험 재개를 선언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 투약 효과 '플라시보' 이상의 의미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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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록시클로로퀸 약의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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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맞았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투약 효과가 ‘플라시보 효과’와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또 나왔다. 플라시보 효과는 가짜약을 투약했을 때 환자의 긍정적인 믿음으로 병세가 호전되는 심리 현상을 말한다.

관련 연구 결과 중 대표적 사례는 지난 3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발표됐다. 데이비드 불웨어 미네소타대 의대 감염학과 교수팀은 코로나19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821명을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위약(가짜약) 투약군으로 나눠 비교했다. 그 결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군의 코로나19 발병률은 11.8%, 위약 복용군의 발병률은 14.3%로 확인됐다. 두 집단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불웨어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코로나19 예방에 큰 효과가 없었다”며 “보건당국이 코로나19에 노출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 약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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