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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결사반대, 전광훈 목사 사랑제일교회 강제 철거를 막아라” [김기자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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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조합 예정된 철거 취소 / ‘강제 철거 반대’ 수백명 교인 행진 / 이른바 ‘동원령’에 골목마다 교인들이 지켜 / 교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민이 떠나 / 지난달 14일 명도소송에서 패소 / 교회는 보상금 563억원 요구…서울시 82억원과 큰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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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교회 교인들이 ‘강제철거 결사반대’, ‘OOO 조합위원장 구속하라’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인근 주택가를 행진하고 있다.


5일 오전 7시쯤 찾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랑제일교회를 향하는 주택가 길목마다 각종 생활 쓰레기와 버려진 가전제품 쌓여 있어 을씨년스러웠다. 주민들이 떠난 주택 담장에는 폐·공가임을 알리는 붉은 스티커가 붙어있었고, 일부 주택 담장에는 빨간색 스프레이로 ‘붕괴위험’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길목마다 검게 변한 쓰레기가 코를 찌르는 악취를 풍겼다. 쓰레기봉투에서 흘러나온 썩은 물에는 잔뜩 거품까지 일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배설물도 골목길을 뒤덮었고, 검정날개버섯파리가 쓰레기 더미 주변에 떼를 지어 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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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 골목 곳곳 에는 각종 생활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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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 골목 곳곳 에는 각종 생활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빈집 대문에는 ‘공가’라는 붉은 글씨가 붙어있었다. 음식물이 담겨 있던 쓰레기봉투가 쌓여 있었고, 일대는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폐허처럼 변해 가고 있었다.

공사 진척이 늦어진 탓인지 녹조가 낀 물웅덩이에는 파리나 모기 같은 해충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색이 바래진 과자 봉투 같은 쓰레기가 웅덩이 위에 둥둥 떠 있었고, 버려진 가정용 냉장고가 반쯤 잠긴 채로 방치돼 있었다. 이곳 교회가 있는 지역은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돼 2018년부터 주민들이 이주를 시작했다. 현재는 교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민이 이곳을 떠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와 가까워질수록 긴장감이 감돌았다. ‘사랑의제일교회 강제철거 결사반대’ 현수막도 눈에 띄는 곳마다 걸려있었다. 이른바 ‘동원령’ 내린 탓인지 골목마다 행사용 1톤 트럭이 막고 있었고, 교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교회 인근을 지키고 있었다. 어렵게 1톤 트럭 사이로 지나자 회색 행사용 의자에 앉아 있던 남성들이 “여기로 가면 안 된다. 돌아가라”라며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이곳을 지나자 돗자리에서 여러 사람들이 이불을 머리까지 덮고 누워 있었다. 한 켠에는 ‘자유 통일, 문재인 퇴진’ 붉은 피켓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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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교회 신도들이 ‘강제철거 결사반대’, ‘OOO 조합위원장 구속하라’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인근 주택가를 행진하고 있다.


교회 주변은 삼엄했다. 교인이 아니면 출입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교회 주변은 지게차와 대형 트럭이 감싸고 있었다. 한 철봉에는 ‘기자·방송사 출입금지’ 붙어 있었고, 일부 교인들이 취재를 막기도 했다.

교회 마당에는 행사용 의자가 수백여개 정도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일부 의자에는 이불이 놓여 있었다. 교회 강제철거를 저지하기 위해 교인들은 전날 철야기도회에 참석해 밤을 새운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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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교회 신도들이 ‘강제철거 결사반대’, ‘OOO 조합위원장 구속하라’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인근 주택가를 행진하고 있다.


어렵게 만난 한 신도는 “날강도도 이런 날강도가 없다”면서 “85억 받고 나가라고 하는데, 누가 나가냐”며 격한 목소리를 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우리 전 목사(전광훈)님을 죽이려는 음모”라며 “끝까지 지키겠다”라고 했다.

교회는 전날 오후 8시쯤 이 교회 수석 부목사로 알려진 박모 목사 명의로 “내일(5일) 새벽(으로 예정된) 사랑제일교회 강제철거 저지를 위해 오늘 오후 11시부터 철야기도회가 있다”며 “지금 즉시 교회로 모여주시기 바란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 목사 측이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 ‘너알아tv’에서도 ‘긴급 방송 사랑제일교회 철거 위기. 용역들 500명 동원된다’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오는 5일 오전 용역 500명이 들어와서 사랑제일교회를 점거한 후 철거 작업에 들어간다고 한다”며 “이 장소로 나와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교회 측은 이 영상을 통해 강제철거가 예상되는 구체적인 시간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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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 골목길에서 교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불을 머리까지 덮고 누워 있다. 이들은 강제철거를 대비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쯤 되자 수백여명 교인 ‘강제철거 결사반대’,‘OOO 조합위원장 구속하라’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인근 주택가를 행진하기 시작했다. 일부 신도 “강제철거 결사반대”를 외치기도 했다. 이들은 30분이 지나자 행진을 끝내고 교회로 돌아갔다.

행진하던 중 만난 교회 관계는 “싸우려고 마음먹었고, 끝까지 교회를 지키겠다”며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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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 골목길에는 트럭과 차량들로 막으며 강제철거를 대비하고 있다.


불안을 호소하는 주민도 만날 수 있었다. 주택가에서 만난 한 주민 정모(62)씨 “개발을 빨리 진행을 하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동네가 조용해 살지”라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또 다른 한 주민은 “시간만 보내네요”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앞서 서울북부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광섭)는 장위10구역재개발조합(조합)이 사랑제일교회를 상대로 낸 명도소송에서 지난달 14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명도소송이란 부동산의 권리자가 점유자를 상대로 점유 이전을 구하는 소송으로, 승소 판결이 확정되고 집행문이 발효되면 조합 측은 사랑제일교회를 상대로 강제 철거에 나설 수 있다. 이에 따라 조합 측은 해당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사랑제일교회 측에 부동산을 넘겨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됐고, 거부할 경우 강제철거 집행도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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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 골목길에는 ‘문재인 퇴진’,‘자유 통일’ 피켓이 버려져 있다.


교회는 보상금으로 563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교회 측은 그 근거로 교인 감소와 재정 손실 명목(110억원), 현재보다 6배가 큰 규모의 새로운 교회를 짓기 위한 건축비(358억원) 등을 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서울시 토지수용위원회가 감정한 보상금은 82억원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날 재건축조합 측은 교인들과의 충돌을 우려해 이날 예정됐던 강제철거를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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