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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2만t 기름 어떡하나'…러시아 북극권 기름 유출사고로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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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릴스크 발전소 연료저장탱크 파손돼 강으로 대규모 기름 유출"

"최악의 북극권 환경오염 사고…생태계 복원에 수십 년 걸릴 것"

연합뉴스

붉게 변한 암바르나야강 [Marine Rescue Service/AFP=연합뉴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정부가 북극에 면한 시베리아 도시 노릴스크에서 지난달 발생한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일에 이어 5일에도 관계자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사고 수습 대책을 논의했지만, 현재로선 일단 강으로 흘러든 기름의 추가 확산을 막고 펌프를 이용해 기름을 지상으로 퍼 올려 모으는 방법 외에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고가 난 열병합발전소를 소유한 세계 최대 니켈 생산 업체 '노르니켈' 대표 블라디미르 포타닌은 이날 회의에서 심기가 불편한 푸틴 대통령에게 약 100억 루를(약 1천700억원)로 추산되는 사고 수습 비용을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전적으로 회사 자금으로 충당하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틀 전 회의에서 사고를 늑장 보고한 혐의를 받는 발전소 소유 노르니켈 자회사 대표를 강하게 질타하며,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보고 과정을 조사토록 하겠다고 경고했었다.

이날 회의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포타닌 대표에게 회사가 제때 발전소의 낡은 연료저장탱크를 교체했더라면 대규모 재난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따지며 불만을 표시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주 노릴스크시에 있는 노르니켈 자회사 소유의 열병합발전소에서 대규모 연료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지반 침하로 발전소 연료저장탱크가 파손돼 경유가 유출되면서 약 6천 톤(t)의 기름이 인근 부지를 오염시키고, 나머지 1만5천t은 발전소 주변의 암바르나야 강으로 흘러 들어갔다.

사고 현장을 조사한 당국은 "강물의 기름 두께가 20cm에 달하며, 수중 유해물질 농도가 허용치의 수만 배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기름이 흘러든 강물은 붉은색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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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수습 대책 회의 주재하는 푸틴 대통령 [리아노보스티=연합뉴스]



현지 수산청은 이번 사고가 지역 수생태계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생태계 복원에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린피스의 생태학자들은 북극권에서 발생한 가장 큰 규모의 환경오염 사고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정부는 사고 지역에 연방 차원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수습에 나서고 있다.

재난당국과 노르니켈 등은 수백명의 인력을 투입해 차단막으로 강을 통한 기름 확산을 막는 한편 펌프를 이용해 물 위에 떠 있는 기름을 지상으로 퍼 올리고 있다.

포타닌 대표는 지상에 대규모 집적소를 건설해 퍼 올린 기름과 오염된 토양을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계자들 누구도 끌어모은 기름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선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연소가 가장 편리한 방법이긴 하지만 청정 지역인 북극권에서 대규모로 기름을 태우는 것은 추가적 환경오염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 지역이 오지인 북극권에 속해 육상·수상 운송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수습한 기름을 처리 가능한 대도시로 이송하는 것도 현재로선 어려운 상황이다.

당국은 일단 기름을 집적소에 보관하고 있다가 강이 얼어붙어 수송로가 확보되는 겨울철에 군부대를 동원해 운송하는 방법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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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서 퍼올린 기름을 집적소에 모으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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