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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정치, 그날엔…] 모두를 놀라게 한 '6·25 소대장'의 국회 귀환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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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제17대 총선 승리한 이용희, 19년만에 당선 기쁨…한국전쟁 소총 소대장으로 참전 경험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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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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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사에서 ‘독특한 이력’을 지닌 인물을 꼽으라면 여러 명을 지목할 수 있겠지만 이 사람처럼 특별한 이력을 지닌 이도 드물다. 격동의 한국 정치를 온몸으로 경험하다 여의도 정치 무대에서 사라졌던 인물, 그렇게 세상 속에 잊어질 듯했던 주인공은 정치 개혁의 바람이 분출됐던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새로운 정치의 욕망이 거대한 흐름을 지배했던 선거, 정치 세대교체의 상징과도 같았던 그 선거에서 최고령 당선자에 이름을 올렸던 그 인물은 ‘정치인 이용희’. 그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충북 보은·옥천·영동 지역에 출마해 승자가 됐다. 득표율 50.03%에 달하는 승리였다.


17대 총선은 열린우리당 돌풍이 강타했던 선거이다. 개혁 성향의 정치 지망생들이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의 바람을 토대로 대거 당선됐던 선거이다. 정치인 이용희는 초선들이 즐비했던 열린우리당 내에서 손꼽히는 정치 경험을 지닌 인물이었다.


정치인 이용희가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됐던 시기는 1973년 제9대 총선이었다. 17대 총선의 젊은 당선자가 태어났을 무렵 정치인 이용희는 이미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는 얘기다. 정치인 이용희는 1978년 제10대 총선과 1985년 제12대 총선까지 3선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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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의원 배지(왼쪽)와 50년 만에 한글로 바뀐 현재 의원 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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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이용희의 총선 승리 이력은 1985년에서 멈췄다. 1988년, 1996년, 2000년 총선에 도전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보통의 정치인들은 연이은 낙선을 경험하면 정치판에서 잊힌 인물이 되는 게 일반적이다.


정치인 이용희는 12대 총선 승리 이후 13대 총선, 14대 총선, 15대 총선, 16대 총선에 이르기까지 네 번의 총선에서 단 한 번도 당선자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중간에 재보궐선거와 전국동시지방선거(충북도지사)에도 도전했지만 역시 낙선이었다.


그가 국회의원이 돼서 다시 돌아올 것이라 예상한 이는 얼마나 있었을까. 기억 속에서 멀어져 있던 정치인 이용희라는 이름은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됐다. 12대 국회의원을 끝으로 당선된 경험이 없었던 그가 제17대 총선에서 승자가 됐기 때문이다.


1985년 총선 승리 이후 19년 만에 다시 총선 승리의 기쁨을 얻게 된 셈이다. 노정객(老政客)의 국회 재입성 소식은 자연스럽게 관심의 대상이 됐는데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했던 것은 그의 독특한 이력이었다.


1931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난 정치인 이용희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소대장 출신이다. 우리 나이로 70세를 넘어 다시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그는 매일 아침 팔굽혀 펴기와 윗몸일으키기로 체력 관리를 했다고 한다.


정치인 이용희는 그냥 한 명의 국회의원이 아니었다. 2006년 17대 국회 후반기 열린우리당 몫의 국회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2006년 5월3일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야당이 정략적인 반대를 한다면 가차 없이 6·25 참전 소총 소대장의 정신으로 밀고 나가겠고, 의장이 반드시 직권 상정할 것을 안 하면 주먹을 날리겠다”면서 열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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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전쟁포로로 억류돼 있다가 중공군과 교환돼 열차를 타고 한국으로 송환된 국군 포로들을 미군이 맞이하고 있다. 사진은 한국전에 유엔군으로 참전했던 미국인 제임스 엥퍼(72)씨가 지난 2004년 6월 서울 동방사회복지회에 기증한 100장의 컬러사진 중 1장이다.


정치인 이용희는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자유선진당 간판으로 충북 보은·옥천·영동에 출마해 다시 당선됐고 5선 의원 고지를 밟았다. 우리 나이로 올해 90세인 그는 정치 일선에서 은퇴했고 아들(이재한)이 대를 이어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아들은 제19대 총선과 제20대 총선에 민주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아버지의 지역구에 출마했지만 모두 2위에 머무르며 낙선했다. 이용희-이재한 부자가 대를 이어 표밭갈이에 나섰던 지역구는 또 한 명의 ‘스토리 정치인’ 등장과 함께 경쟁 구도로 전환됐다.


제21대 총선에서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지역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곽상언 후보(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로 더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미래통합당 박덕흠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41.44%를 얻으며 선전했지만 당선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보은·옥천·영동·괴산은 충북에서도 고령층 비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지만 이곳을 거쳐간 정치인들은 유독 스토리를 지닌 인물이 많다. 2024년 제22대 총선에서는 누가 당선자에 이름을 올리게 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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