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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OECD 최악 산재사망 오명 벗나…산안법 위반 사업주 형량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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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DB=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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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정부가 '최악의 산업재해 사망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업주의 형량을 상향 추진한다. 최근 사업장 사망사고가 잇달아 터지는 가운데 중대재해를 방지하려면 엄정한 처벌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6일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1~3월 산재 사망자 수는 56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20명) 증가했다. 이 가운데 사고 사망자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12명) 늘어난 253명, 질병 사망자수는 2.7%(8명) 증가한 309명을 기록했다. 올해 근로자 사망 시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산재 사망자 수는 외려 증가한 것이다.


1분기 사고 사망자를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131명)과 제조업(52명)에서 주로 발생했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인~49인(105 명), 5인 미만(93명) 등 소규모 사업장이 많았고, 연령대로는 60세 이상 근로자(110명), 사고 유형은 '떨어짐(110명 )'이 다수였다.

"양형 실무 바뀌지 않는 한 현재 처벌 수위 유지될 것"

최근 대형 산재 사망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려면 양형기준을 조정해 사업주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산안법 위반에 대한 양형기준은 2016년 제정됐으며, 과실치사상 범죄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개정 산안법 내용도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업주에게 다른 가중·감경 사유가 없는 경우 '징역 6개월~1년 6개월'의 범위 내에서 형량을 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2013~2017년 산재 상해·사망사건의 형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연인 피고인 2932명 중 징역 및 금고형은 86명(2.93%)에 불과했고 대부분 집행유예 981명(33.46%)나 벌금형 1679명(57.26%)에 그쳤다. 징역 및 금고형의 경우 '6개월 이상 1년 미만'이 비중이 높았고, 벌금 평균 금액은 자연인이 420만원, 법인은 448만원이었다.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위자가 자신의 범죄행위를 통해 추구하는 이익이 그 범죄가 발각돼 처벌받는 손실보다 더 큰 경우에는 행위자로 하여금 '범죄는 저지를 만한 것이 된다'는 인상을 갖게 하고, 국가의 범죄예방 정책은 그 실천적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며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양형실무가 바뀌지 않는 한 현재와 같은 처벌 수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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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고용부 장관, 김영란 양형위원장 면담…"양형기준 조정을"

산재 사망사고를 낸 사업주 처벌 수위를 높이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지난 3일 대법원 양형위원회를 방문해 김영란 양형위원장에게 근로자 사망 사고를 낸 기업의 산안법 위반 처벌과 관련해 양형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양형위원회는 법관이 합리적인 양형을 도출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격인 양형기준을 설정한다.


이 장관은 "안전에 대한 사회적 가치와 요구가 매우 엄중해져 대량 인명 피해를 발생시킨 기업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산안법 위반의 양형 기준을 높일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산안법 위반으로 인한 사망 사고는 개인의 주의 의무 위반에 따른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와 달리 안전관리체계 미비 등 기업 범죄의 성격을 가진다"며 "산안법 위반 사건을 독립 범죄군으로 설정해 양형 기준을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산안법을 위반한) 기업에 대한 제재 수단은 벌금형이 유일하므로 이에 대한 적정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며 "개정 산안법에서 법인 벌금형이 10억원으로 대폭 상향된 점 등을 고려할 때 벌금형에 대한 양형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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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DB=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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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김 위원장은 "양형위원회 위원들과 협의해 제7기 양형위원회에서 산안법 양형기준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이번 7기 양형위원회 임기 내에 해당 사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만큼 임기 만료일인 내년 4월 26일 전에 개정될 가능성도 있다"며 "그게 아니라면 이번 임기 동안 초안을 마련하고, 다음 임기를 시작하면서 바로 결정될 수 있도록 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악의 산재 사망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 10만명당 산재사고 사망자 수는 5.3명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8.2명)와 터키(6.9명) 다음으로 높다. 미국이 4.8명으로 한국 다음으로 높았고, 프랑스와 캐나다는 각각 2.6명, 1.7명으로 나타났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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