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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레이더P] 민주당 의총장의 `침묵`…"소신 말하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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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총장서 ‘다른' 목소리 없어
"눈치 보느라 말할 수 있겠나"


21대 국회가 5일 개원했다.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개원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 전 20분간 의원총회를 열었다.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직후 "예정대로 본회의서 국회의장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당의 단독 개원은 1967년 이후 53년 만에 처음이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단독 개원에 대한) 반대 의견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에 참석했던 한 민주당 의원은 "정해진 법대로 개원을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야당과 협조하자는 의견은) 없었다.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도 그런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의원 모두 한 목소리를 낸 셈이다. 그러자 당 관계자는 "이럴 거면 177명이 필요한 이유가 있냐"는 지적이 나왔다. 금태섭 전 의원의 징계 처분 이후 바뀐 풍경이다.

과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박용진, 금태섭, 조응천 의원 등이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11월 의총에서는 김상희 의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슈를 두고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김영진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야당과 언쟁을 벌인 강기정 정무수석을 비판하기도 했다.

21대 총선을 치르고 민주당 의원은 177석으로 50석 넘게 늘었지만 '반대 의견'을 표하는 의원은 오히려 줄었다. 당 내부에서는 금태섭 전 의원이 당론을 어겨 징계를 받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위기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A의원은 "(금 전 의원의 징계 이후) 의총에서 발언하는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A 의원은 "친문 당원들은 당론에 반기드는 것을 주군(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반기를 드는 거나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당원 눈치 보느라 말할 수 있겠냐"고 설명했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B의원은 "앞으로 당에서 소신을 갖고 말하기 참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귀띔했다. 해당 의원은 "당에서 작은 (다른) 목소리라도 내야하는데, 앞으로 묵살되는 경우가 많지 않겠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해찬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단 한번도 비민주적으로 당을 운영한 적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최고위도 수백차례 했지만 제 의견을 먼저 말한 적 없다"며 "최고위원과 당직자 의견을 들어보고 최종적으로 말했지 선제적으로 의견을 제시해서 다른 분들의 발언을 제한한 적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금 전 의원에 대한 당의 징계는 헌법·국회법 침해"라는 김해영 최고위원의 지적 이후 나왔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으로 최고위 분위기는 급격하게 경직됐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김 최고위원이 금 전 의원을 언급하자 김 최고위원을 말없이 수 초간 응시했다. 일각에서는 김 원내대표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 아니냔 해석이 나왔다.

김민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금 전 의원의 사례로) 결국 지도부가 (의원들에게) 입마개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고민하고 생각하는 게 민주적 절차다. 때로는 지도부가 한발 물러설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당에서 자유롭게 토론하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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