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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는 왜 `서울역 묻지마 폭행` 피의자를 풀어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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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서 모르는 여성을 상대로 '묻지마 폭행'을 저지르고 도주한 30대 남성이 구속을 면하게 돼 경찰의 성급한 긴급체포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피의자를 체포했다면 구속에도 무리가 없었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상해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이 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 "긴급체포가 위법한 이상 그에 기초한 구속영장 청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이씨를 수사 중인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이씨가 추가 범행을 저지르거나 극단적 선택을 할 우려가 있어 긴급체포했다고 해명했다. 5일 철도경찰은 "피의자가 불특정다수에게 몸을 부딪치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여 제2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신속히 검거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체포 당시 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어 도주 및 극단적 선택 등 우려가 있어 불가피하게 체포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철도경찰이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긴급체포를 했다고 지적한다. 구속 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 법원은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신원과 주거지 및 휴대전화 번호 등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고, 피의자가 주거지에서 잠을 자고 있어 증거를 인멸할 상황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은의 이은의법률사무소 변호사(46)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체포했다면 구속 영장이 발부됐을 가능성이 컸다"며 "영장 발부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닌데 철도경찰이 무리한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해선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지만 긴급한 상황에 예외적으로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도록 '긴급체포' 규정을 두고 있다. 긴급체포는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우려가 있고 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가능하다.

철도경찰이 긴급체포 사유로 밝혔던 이씨의 추가 범행이나 극단적 선택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가 SNS에 글을 올리기 전부터 경찰이 적극적으로 CCTV를 확보했다면 몰라도 이제와서 추가 범행을 걱정하는 건 변명"이라며 "극단적 선택을 우려해 긴급체포를 한다는 건 법에도 없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의 의도가 나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피의자가 구속을 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지난 4일 용산경찰서 유치장에서 석방된 후 지방에서 보호자와 함께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의 부실한 대응이 비판을 받고 여론이 악화되자 뒤늦게 '보여주기식' 체포를 한 게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6일 발생한 이 사건은 피해자의 가족이 30일 SNS 에 글을 올리며 알려졌다. 피해자의 가족은 "어이없게도 동생이 폭행을 당했던 장소에는 CCTV가 없었다고 한다"며 "철도경찰대 측에선 모든 곳에 CCTV가 설치될 수 없다는 상식적인 말만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가해자를 강력처벌 해달라는 국민청원 글이 올라오는 등 공분을 사자 사건 발생 일주일 만인 지난 2일 철도경찰과 용산경찰서는 이씨를 자택에서 긴급체포했다.

철도경찰이 일반적인 경찰 기관과는 다른 별도의 기관으로 운영되며 체포 절차에 혼선이 있었단 분석도 나온다. 철도경찰은 경찰청이 아닌 국토교통부 소속으로 철도지역 및 열차 내의 범죄예방과 단속, 테러 예방활동, 철도사고 수사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국유철도와 광역철도를 담당하고 있으며 도시철도는 각 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에서 담당한다. 지난해 철도경찰 관할지에서 발생한 상해·폭행, 성폭력 등 형사 사건은 2459건에 달한다.

철도경찰 관계자는 "검찰에서 기각 사유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수사 경과를 본 후 구속 영장 재신청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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