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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국회 상임위에 야당몫, 여당몫이 따로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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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1대 국회 여당몫 증가… 지각변동




경향신문

5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희상 국회의장 출판기념회 및 퇴임식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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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는 상임위원장을 어느 당에서 맡느냐에 따라 나뉘는 ‘여당몫 상임위’와 ‘야당몫 상임위’가 관례적으로 있어왔다. 여당으로서는 여당몫 상임위를 많이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야당에서는 야당몫 상임위에, 다른 중요 상임위를 더 가져가는 것에 주력하게 된다. 4년마다 국회 원구성 협상에서 여야가 서로 줄다리기를 하는 이유다.

야당몫이라고 여겨졌던 상임위 중에 대표적인 것이 국토교통위다. 2016년 20대 국회가 개원할 때 국토위 위원장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원이 맡았다. 2017년 5월 정권이 교체되면서 민주당은 여당이 됐다. 2018년 6월부터 시작된 후반기 20대 국회에서 국토위 위원장은 자유한국당 의원(미래통합당 전신)이 맡았다. 국토부로서는 국회 국토위에 여당 의원들이 있지만, 입법·예산과 관련해 야당 상임위원장을 직접 상대해야 한다. 한 상임위원장실에 있었던 통합당의 인사는 “야당 의원이 상임위원장이 되면 해당 상임위의 여당 상임위 간사가 당·정 협의에 참석하고 입법과 예산 전략을 실질적으로 짜나간다”면서 “해당 부처에서는 무엇보다 야당 상임위원장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 된다”고 말했다.

야당몫, 산업통상위·보건복지위

국토위는 여야 간에 정쟁 거리가 크게 없기 때문에 국회 내에서 어차피 야당몫 상임위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여당이 국토위를 여당몫으로 가지게 되면 다른 중요한 상임위를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18대 국회에서 4대강 개발 사업이 정쟁화된 것 이외에는 국토위에서는 여야가 팔을 걷어붙이고 싸움을 벌일 만한 거리가 별로 없었다. 국토위 위원장이 늘 야당몫으로 된 또 하나의 이유는 도로 건설 등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많은 만큼 정부·여당이 야당 소속 위원장이나 의원들을 여러모로 설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 국토위처럼 늘 야당몫으로 당연시되는 상임위로는 산업통상위·보건복지위·환경노동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등이 있다. 2017년 5월까지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야당몫 상임위인 국토위·보건복지위·환경노동위·농림위를 갖고 있다가 여당이 된 후 20대 후반기 국회에서는 이들 상임위를 모두 야당으로 넘겨줬다. 대신 민주당은 운영위·국방위 등 여당몫 상임위원장을 차지했다. 정부의 한 인사는 “국토부와 산업통상위·보건복지위 같은 경우 관련 상임위가 야당몫으로 넘어가더라도 정부 부처에서는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면서 “국회에서 야당몫으로 결정하더라도 정부에서는 거기에 맞춰서 대응할 뿐”이라고 말했다.

20대 후반기 국회에서 분리된 교육문화위 역시 관례적으로 야당 쪽에서 상임위원장을 맡았다. 교문위는 분리된 후 교육위가 야당인 바른미래당 몫이 됐고, 문체위는 여당인 민주당 몫이 됐다. 산업통상위나 교육위(이전에는 교육문화위), 보건복지위의 상임위원장은 야당 3선 의원으로서는 눈독을 들일 만큼 알짜배기 상임위원장이다. 특히 국회 산업통상위는 산하기관이 많아 상임위에 들어가기만 해도 후원금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다. 산업통상위 위원장이 출판기념회를 하는 날에는 이날 참석하는 인사로 인해 여의도 교통이 꽉 막혔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늘 야당몫 상임위였지만 여당이 호시탐탐 노리는 상임위는 법사위다. 법사위는 체계자구 심사권을 갖고 있다. 모든 법안은 각 상임위를 통과한 후 법사위에 회부돼 체계·자구심사를 받아야 한다. 법사위를 거치지 않는 방법으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이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법사위원장과 체계자구 심사권을 미래통합당에 양보하게 되면 여당이 원하는 개혁 법안은 법사위원장의 손에 가게 된다”며 “그것을 피하기 위해 패스트트랙에 상정한다면 330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330일 후면 바로 대선 국면이어서 여당이 무리하게 패스트트랙을 감행할 수 없게 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21대 국회에서 여당이 법사위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 6월 초까지 강경하게 맞선 것도 사실상 법사위원장 몫 또는 체계자구 심사권 때문이다. 법사위를 갖든지, 아니면 체계자구 심사권을 없애는 것이 여당의 전략이다.

20대 국회 개원 협상에서도 법사위는 여야가 서로 노렸던 상임위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법사위를 포기하지 않았다. 한 석 차이로 제1당이 됐던 민주당은 국회의장과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을 제1야당(민주당) 몫으로 가져오는 대신 법사위를 포기했다. 2017년 여당이 된 민주당은 20대 후반기 국회 협상에서도 법사위를 확보하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 업무를 관할하는 운영위를 가져오는 대신 법사위를 양보했다. 민주당은 여야 합의문에 조건을 달았다. 여야 합의문에는 “국회 운영위원회 산하에 국회운영개선소위원회를 구성하여 법제사법위원회 등의 효율적인 상임위원회 활동에 관한 제도개선과 특수활동비 제도개선을 협의추진한다”라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20대 국회 내내 법사위의 제도개선은 이뤄지지 못했고, 그 결과 21대 국회 개원협상에서도 법사위의 존재가 여야 협상의 걸림돌이 됐다.

여당몫, 국방위·정보위·기획재정위

여당이 야당몫으로 내줬던 상임위와는 달리 여당몫으로 여기는 상임위가 있다. 국방위·정보위·기획재정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등이다. 정부가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부처를 관할하는 상임위다. 김상일 시사평론가는 “이권이 많이 걸려 있는 국토위·산자위·농해수위 등이 야당몫으로 돼왔다면 국정을 책임지는 상임위가 전통적으로 여당몫이었다”고 말했다. 여당은 안보·국방·재정·방송통신 등의 중요 정책을 다루는 상임위를 국회에서 여당몫으로 차지한 반면, 야당은 상대적으로 국정 운영 책임이 적고 이득을 챙길 수 있는 상임위를 차지한 것이다.

시류가 바뀌면서 20·21대 국회 들어 여당·야당몫이 서로 바뀐 상임위가 있다. 여성가족위는 20대 전반기 국회까지 야당몫이었지만, 후반기 국회에서는 여당몫이 됐다.

반대로 여당몫이던 상임위가 야당몫으로 바뀐 예가 있다. 외교통일위는 20대 국회 들어 야당몫으로 넘어갔다. 20대 전반기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차지하고, 20대 후반기 국회에서는 자유한국당이 차지했다. 19대 국회에서 여당몫이었던 예결특위 역시 20대 국회에서 야당몫이 됐다. 20대 전반기 국회에서는 민주당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았고, 후반기 국회에서는 자유한국당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예결특위를 여당몫으로 가져오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 민주당 측 인사는 “최근 추경 등으로 예결특위 위원장의 역할이 다시 커짐에 따라 여당으로서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상임위원장이 됐다”고 말했다.

21대 국회에서는 무엇보다 민주당이 절반을 훨씬 넘는 177석을 확보한 만큼 여당몫 상임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여당몫’·‘야당몫’이라는 관례적 상임위 배분에서도 큰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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