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스타들, 잇따라 강도나 도둑질 피해 입어
자구책으로 경비견 사들이는 선수 많아
마레즈는 주급으로 20만 파운드(약 3억원)를 받는다. 도난액은 약 2.5주 마레즈 정도니, 생계에 지장이 올 정도로 치명적인 규모는 아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불안’이었다. 경찰 수사 결과 범인들은 마레즈가 집을 비우는 시간을 확인하고자 그의 뒤를 밟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꽤 오랜 세월 동안 범죄자들에게 행적이 노출돼 있었으며, 이들이 마음을 달리 먹었다면 강도나 살인도 얼마든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마레즈는 감시당해왔다는 사실에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리야드 마레즈와 그가 도난당한 시계 리차드 밀 브랜드 시계./더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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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의 델레 알리(24·잉글랜드)에게 닥쳤던 상황은 한층 더 아찔했다. 지난달 13일 자택을 습격한 2인조 복면강도와 몸싸움을 벌이다 얼굴을 다친 것이다. 부상은 깊지 않았지만, 결국 강도를 막아내진 못했다. 이들은 보석과 시계 등 귀금속 85만 파운드(약 13억원)어치를 강탈해 달아났다.
◇무법지대 잉글랜드
이 둘을 제외하더라도 영국에서 지내던 중 도둑이나 강도를 마주한 EPL 선수는 한둘이 아니다. 지난 1월엔 마마두 사코(30·크리스탈 팰리스·프랑스)가 빈집털이를 당해 50만 파운드를 잃었고, 같은 해 3월엔 얀 베르통언(33·토트넘·벨기에)이 독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원정을 떠난 동안 아내와 두 자녀만 있던 집에 4인조 강도가 침입해 금품을 뺏어갔다.
얀 베르통언 가족./더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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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엔 아스널 동료인 메수트 외질(32·독일)과 세아드 콜라시나츠(27·보스니아)가 북런던 부근에서 칼을 든 2인조 차량 탈취범과 마주쳤다. 그나마 이들은 콜라시나츠가 맨손으로 강도를 위협해 쫓아버린 덕에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다. 2018년 9월에는 당시 울버햄튼에서 뛰던 라이언 베넷(30·레스터 시티·잉글랜드)이 주차해둔 본인의 BMW 차량 바퀴 4개를 몽땅 도난당하는 봉변을 겪었다. 2016년 11월엔 웨스트햄에서 뛰던 앤디 캐롤(31·뉴캐슬·잉글랜드)이 운전 도중 2인조 오토바이 무장강도에게 25분간 쫓기며 위협을 당했다.
라이언 베넷이 도둑을 맞은 뒤 본인 SNS에 올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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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데코레이션인가
한국에 비해 치안이 열악하다는 서유럽 중에서도, 영국 본토는 그 상태가 특히나 영 좋지 못한 편이다. 지난해 1월 유럽연합(EU)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영국(잉글랜드·웨일스)의 인구 10만명당 경찰 수는 212명으로, 유로 평균(318명) 대비 3분의 2 정도에 불과했다. 이는 이탈리아(453명)나 스페인(361명)은 물론 프랑스(326명)나 스코틀랜드(322명), 아일랜드(278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물론 머릿수가 다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영국 경찰이 소수 정예다운 업무 효율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영국 매체 타임스의 일요일판인 선데이 타임스는 2017년 4월부터 한 해 동안 런던광역경찰청이 수도권에서 발생한 도둑 범행 중 불과 4%만을 해결해 냈다고 보도했다. 그나마 잡은 범죄자도 대부분은 처벌 없이 놓아주고 있다. 영국 경찰청이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검거된 형사범죄 용의자 중 7.8%만이 죗값을 치렀다.
델레 알리의 집 입구(작은 사진)와 그가 도난당한 시계./Sportc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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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웨일스 경찰연맹 전국위원장인 존 앱터는 “지난 10여년간 예산을 삭감하고 직원을 줄이는 바람에 이 난장판이 벌어졌다”며 “시스템이 파괴된 탓에 더는 치안 유지 활동을 하기 어려울 정도다”고 했다. 그는 “수년 동안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 경고했지만 정부는 우리 말을 듣지 않았다”며 “국민에게 경찰관 수가 얼마나 적은지를 공개한다면 그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 말했다.
범죄 건수라도 차츰 줄어든다면 그나마 희망이 있겠으나, 그마저도 해를 거듭할수록 도리어 불어나는 형편이다. 영국 내무부 조사 결과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에서 접수된 칼부림 범죄 사건은 4만3516건에 달했다. 이는 5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80%가량 증가한 수치다.
◇차라리 개가 낫겠다
이처럼 영국 현지의 공권력이 도통 미덥지 못한 관계로, EPL 선수들은 나름의 자구책(自救策)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최근 유행은 ‘경비견’이라 한다. 레스터 시티 미드필더 함자 차우두리(23·잉글랜드)는 최근 경비견 전문 분양 회사인 차페로네 K9에 5만 파운드(약 7660만원)를 주고 독일산 셰퍼드와 벨기에산 말리노이즈를 사들였다.
함자 차우두리와 그가 입양한 경비견./더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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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힘 스털링(26·맨시티·잉글랜드)과 제시 린가드(28·맨유·잉글랜드), 마커스 래시포드(23·맨유·잉글랜드), 애런 완비사카(23·맨유·잉글랜드), 잭 그릴리쉬(25·애스턴 빌라·잉글랜드), 모이스 킨(20·에버튼·이탈리아), 필 존스(28·맨유·잉글랜드), 마크 노블(33·웨스트햄·잉글랜드), 전 맨유 수비수이자 축구 해설자로 활동하는 리오 퍼디난드(42·잉글랜드) 등도 이 회사에서 경비견을 입양했다. 이미 강도와 마주친 전력이 있는 델레 알리와 앤디 캐롤도 이 회사에 방범견 구매를 문의했다 한다. 폴 포그바(27·맨유·프랑스)도 지난해부터 자택에 경비견을 두고 있다. 토트넘 골키퍼 위고 로리스(34·프랑스)도 엘리트 프로텍션이라는 업체를 통해 경비견을 사들였다.
모이스 킨과 그가 입양한 경비견./모이스 킨 인스타그램, 차페로네 K9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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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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