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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애플·MS는 공격적인 M&A 나서는데…국내 기업은 '팔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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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 잇단 스타트업 인수로 동력 확보…'포스트 코로나' 경쟁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은 불확실성 확대로 '지지부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글로벌 유력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행보를 확대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지금의 위기를 기회삼아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나서는 것이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갈수록 커지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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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7일 산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 정보업체 레피티니브(Refinitiv)는 최근 발간한 '글로벌 M&A 시장동향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전세계 인수·합병 규모를 총 6천980억달러(약 842조원)로 집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9천694억달러)보다 28%나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M&A 성사 건수도 9천616건으로 14% 감소했다.

이는 연초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직격탄을 맞으며 100억달러 이상의 이른바 '메가딜'이 대폭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3월 28일까지 메가딜 규모는 1천79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천120억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글로벌 기업은 정보기술(IT) 업종의 스타트기업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M&A에 나서는 모습이다. 코로나 여파로 기업 가치가 낮아진 기회를 틈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미국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말 영국의 화물 운송 스타트업체 '비컨'에 1천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도 육해공 모든 국제 화물을 취급하는 비컨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투자에 나선 것이다.

애플은 4월 초 일주일 만에 3건의 스타트업 인수를 잇달아 발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가상현실(VR) 관련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공업체인 '넥스트VR'을 시작으로 음성명령 기술 업체인 '보이시스', 머신러닝 날씨 예보 앱 개발업체인 '다크스카이'를 사들였다.

미국의 경제매체 CNBC는 애플의 넥스트VR 인수에 대해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로서 VR과 증강현실(AR) 기술에 진입하려는 애플의 계획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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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연합뉴스 자료사진]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달 통신 소프트웨어 업체 '메타스위치 네트워크'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 회사는 이동통신사들이 음성·데이터를 고객들에게 전송하게 해주는 소프트웨어와 공공 클라우드 인프라 설비에서 통신망 트래픽을 처리할 5G(5세대 이동통신) 제품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 클라우드 시장에서 업계 1위 아마존을 추격 중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합병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 강화에 나선 것이다.

MS는 메타스위치 인수 3주 전에는 이동통신 업체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어펌드 네트워크'를 인수하기도 했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기업의 몸값이 낮아진 틈을 타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글로벌 IT 기업들은 지금을 M&A 적기로 판단하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지금을 경쟁력 우위를 공고히 할 절호의 기회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경영컨설팅 전문업체인 언스트앤드영(EY)이 최근 전 세계 기업 경영인 2천900여명으로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의 56%가 '향후 1년 이내에 기업 인수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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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 있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리 기업들은 여러 불확실성 속에 '포스트 코로나' 대비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환경이 엄혹해진 상황에서 미·중 무역 분쟁 등 각종 글로벌 이슈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기존 사업을 확장 또는 구조조정하는 것 외에 추가 성장동력 발굴에는 미온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IT업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11월 미국의 자동차 전자장비업체인 하만(Harman) 인수 이후 4년 가까이 대규모 M&A를 통한 사업영역 확장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M&A를 결정해야 할 이재용 부회장이 또다시 구속 위기에 놓이는 등 4년째 이어지는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미래 성장에 필요한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코로나19의 위기를 기회 삼아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고 있는데 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국내 대기업들의 행보는 상대적으로 느리다"면서 "기업들이 미래먹거리를 찾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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