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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도 ‘이상무’···특별한 돌봄교실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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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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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서울 봉래초 돌봄교실에서 아이들이 블록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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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거리 두기를 해야 하니까, 한 명이 들어가면 또 나오자.”

지난 6월 3일 오후 서울 중구 봉래초등학교 돌봄교실 1반. 앞치마를 두른 ‘토탈미술’ 프로그램 강사가 아이들에게 당부했다. “다른 색 구슬이 필요하면 앞에서 가져가세요”라는 말에 아이들이 한꺼번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날은 팔찌 만들기 수업을 했다. 초등 1~2학년 학생 10명이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교실은 조용했다. 아이들이 줄에 구슬을 꿰는 데 집중한 것도 있지만, 모두가 마스크를 쓴 영향이 컸다. 1반을 담당하는 돌봄교사(돌봄전담사) 2명은 다른 업무를 보다가도 틈틈이 아이들을 살폈다. 분홍 머리띠를 한 학생이 눈꽃 모양 구슬로 멋을 낸 팔찌를 완성했다. 팔찌를 손목에 차고는 돌봄교사들에게 번갈아 자랑했다.

조금 특별한 교실

뒤이어 간식시간. 아이들은 잠시 마스크를 벗고 카스텔라와 청포도, 요구르트를 먹었다. 다시 마스크를 쓰고는 교실 곳곳으로 흩어졌다. 책꽂이에서 책을 꺼내고 블록함을 열었다. 한쪽에선 도미노를 쌓았다. 올해 입학했다는 두 친구는 블록으로 집을 만들고 있었다. “얘랑 나랑은 처음 만났을 땐 친한 것 같았는데 나중에는 안 친해졌어요! 그치?” 한 명이 장난을 걸었다. 등교 개학을 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돌봄교실에서 지내온 둘은 친구가 돼 있었다.

언뜻 여느 돌봄교실과 비슷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긴급돌봄이 시작되고, 온라인 개학을 거쳐 등교 개학을 하는 과정에서도 큰 혼란이 없었다. 긴급돌봄 운영시간과 인력문제를 둘러싼 설왕설래와는 무관하다. 이곳은 학교가 운영 주체가 아닌 ‘구청 직영’ 돌봄교실이다.

위기상황에서도 안정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 돌봄교실보다 운영시간이 길고 돌봄교사도 많았기 때문이다. 봉래초 돌봄교실은 지난해 9월부터 구청이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시작한 흥인초에 이어 ‘중구형 초등돌봄교실’ 2호다. 학교는 시설물을 무상 제공하고 구청이 운영을 맡는다. 교육청·지자체·학교가 의견차를 좁힌 끝에 어렵게 맺은 결실이다.

중구형 돌봄교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1교실 2교사제(전일제 1명, 시간제 1명)’도 도입했다. 기존 돌봄교실은 오후 5시면 끝나고 교실당 교사 1명인 곳이 많았다. 아침돌봄과 방학 중에는 구청이 확보한 보조인력을 투입한다. 봉래초의 경우 25명 정원인 돌봄교실 두 반이 있다. 등교하지 않는 날, 긴급돌봄에 참여하는 1·2학년 학생들은 돌봄교실과 학습실에서 원격수업을 듣는다. 학교 측이 채용한 원격수업 도우미들이 곁에서 돕는다. 아이들은 학교 급식을 먹고 돌봄교실에 머문다. 등교하는 날은 교실에서 정규수업을 듣고 돌봄교실로 향한다. 이전에는 안전문제로 돌봄교실에 있는 동안 교문 밖으로 나갈 수 없었지만, 학원도 오갈 수 있게 됐다. 한 반에 교사가 2명이기에 가능하다.

오후와 저녁에 진행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장점이다(코로나19로 외부 프로그램을 중단했다가 현재는 오후 프로그램만 진행한다). 돌봄교실 출입구와 돌봄 보안관이 따로 있어 야간에도 안전하게 머물 수 있다. 늘어난 돌봄시간에 맞게 저녁식사와 간식도 챙긴다. 3학년 이상이거나 정원 초과로 학교 안 돌봄교실에 참여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학교 밖 센터에서 맡고 있다. 학교 밖 센터 역시 구청이 운영하기 때문에 학교 안팎으로 지속적인 소통이 이뤄진다. 돌봄교실 이용료는 무료다. 관리 책임은 중구청에 있다. 구청은 교육아동청소년과에 돌봄지원팀을 뒀고, 별도의 보험도 들었다. 현재 5개교에서 운영 중인 중구형 돌봄교실은 올해 관내 모든 공립초(9곳)로 늘어난다.

워킹맘이 가장 많이 퇴사를 고민하는 시기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고교생 이하 자녀를 두고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 2000명을 조사했더니 10명 중 9명이 이 시기 퇴사를 고민했다고 답했다. 맞벌이하는 정현아씨에겐 조금 먼 이야기다. 그는 봉래초 1학년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낸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수업은 잘 못 해도 돌봄교실에서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학교에서도 수시로 아이들 잘 있나 봐주고, 중구청에서도 방역 같은 부분을 민첩하게 관리한다. 두 군데서 관리받는 느낌이다. 가끔 야근을 해서 아이가 저녁 늦게 혼자 남아 있어도 힘들어하지 않는다. 그만큼 전담 선생님이 잘 케어해준다.” 정씨는 돌봄교실이 아니었다면 “어쩔 수 없이 학원을 돌렸을 것”이라고 했다.

나비효과가 일어나려면

학교 내 돌봄은 법률이 아닌 교육부 고시에 근거해 운영돼 왔다. 최근 교육부는 돌봄과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학교의 사무로 규정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가 교원단체들의 반발로 입법을 중단했다. 교원단체는 “학교 교육의 본질적 영역이 아닌 돌봄 책임을 학교에 떠넘기려는 것”이라며 지자체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돌봄전담사들은 “지자체 복지시설이 대부분 민간위탁이며 제대로 운영될 것이라 확신하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구청은 중구형 돌봄교실을 “돌봄의 새로운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자체가 돌봄을 분담하면서 학교는 교육에 집중할 수 있고, 아이들은 내실 있는 돌봄서비스를 받아 사교육비 절감 등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외부에 맡길 수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돌봄재난 속에서 지자체의 시도는 눈여겨볼만하다.

“학부모·학생 만족도 매우 높음. 수요자 관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형에 가까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많은 인력과 운영비가 요구됨.”

중구형 돌봄교실 1호인 흥인초 사례를 살펴본 <온종일 돌봄사례 구축 실태 및 개선과제: 우수사례 분석을 중심으로> 보고서(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 2019)는 이렇게 분석한다. 지자체는 교육청보다 예산이 풍족해 모든 면에서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공간은 학교지만 구 사업이라 교육부의 예산 지원은 전혀 받지 못한다. 교육부 예산을 지자체가 운영하는 돌봄에 투입할 수 없게끔 제도적 칸막이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구형 돌봄교실 운영 비용은 100% 구 예산이다. 기업이 밀집해 있어 재정자립도가 높은 중구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 다른 지자체들은 중구형 모델을 따라가고 싶어도 비용 문제에 부딪힌다. 김송희 중구청 교육아동청소년과장은 “중구형 돌봄교실과 같이 시설 소유자와 운영자의 관련 부처가 달라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돌봄시설에 대한 법적 지원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학부모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건 그만큼 돌봄교사들이 할 일이 많아진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서비스 질이 올라가면 참여도 늘어난다. 시행 2년차인 만큼 돌봄교실 운영 체계를 잡고, 돌봄교사의 근무여건을 개선해나가는 것도 과제다. 돌봄교실 안팎에선 “학교와 돌봄교실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오시영 봉래초 교장은 “돌봄교실이 지자체로 갔다고 해서 발을 뺄 순 없다. 좋은 서비스를 가져와 아이들에게 주는 것이 교장의 역할이라면, 그걸 자리 잡아가기 위해 지자체와 협력하는 시스템이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문용 봉래초 돌봄교실 센터장도 “학교 안에 있다 보니 학교와 협의해야 할 부분이 많다. 긴급돌봄도 학교와 협력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며 “지자체의 돌봄교실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협력”이라고 말했다.

“반쪽짜리 돌봄, 지역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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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이 6월1일 돌봄교실에 관해 인터뷰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12만6000명. 도심에 있는 중구는 서울에서 인구수가 가장 적다. 인구가 많은 구의 한 개 동과 비슷한 수준이다. 주거·교육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계속 빠져나간다. 초등학교 6학년이 중학교에 입학하는 사이 학생 수가 18%나 줄어든다. 인근 구와의 통합 문제가 제기될 만큼 존폐를 걱정하는 처지다. 서양호 중구청장(53)은 “젊은 부부들의 고민을 덜고 인구 감소에 허덕이는 중구를 살리려 ‘중구형 초등돌봄교실’ 정책을 내놨다”고 말한다.

“오후 4시 반만 되면 초등학교 앞에 할머니·할아버지와 학원 승합차가 장사진을 치고 있다. 왜 그럴까 봤더니 돌봄이 5시에 끝나서였다. 엄마·아빠들은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빨라야 7시다. ‘왜 국가에서 돌봄을 시행한다고 하는데 반쪽짜리일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두루 의견을 들어보니 정부의 역점사업인데도 참여자 중 행복한 사람이 별로 없었다. 아이들은 재미가 없어 참여율이 낮고, 돌봄교사들도 만족도가 낮았다. 중구는 학교 밖 시설을 임대하는데 너무 큰 비용이 든다. 학생 수가 줄면서 생기는 학교 안 유휴공간에 구청이 직접 예산을 투입하면 시설도 개선하고 운영도 질 높게 할 수 있다고 봤다.”

학교 안에서 구청이 돌봄교실을 운영한다는 건 모두에게 생소했다. 학교와 구성원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았다. 서 청장은 “선택과 집중을 했다”고 말했다. 시범사업 학교에 과감한 지원을 약속했다. 구청의 추진 의지에 교육청이 관심을 보이고, 학교장의 열의가 버무려졌다. 지난해 3월 흥인초에 1호 ‘중구형 돌봄교실’이 탄생했다. 서 청장은 ‘교육은 학교에서, 돌봄은 지자체에서’를 내세우고 있다.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진학·입시 이외의 진로직업 체험을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지자체라고 본다. 학교에선 정규과정 이외에는 예산을 투입해 위탁하는 수밖에 없다. 지역에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들이 많이 있다. 중구에는 1조원 이상 매출을 기록하는 대기업이 36개이고, 충무아트센터나 덕수궁 등 국·시립 시설이 있다. 을지로 등에 문화예술인들도 많다. 이런 자원과 연계하면 지역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다. 비용이 들더라도 고용 등 지역 내 성과역량으로 축적되는 선순환이 생긴다.”

현재 예산·공간 문제로 저학년 돌봄에 집중돼 있다. 서 청장은 돌봄 대상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모델은 좋다. 문제는 예산이다. 서 청장은 “돌봄 예산을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온종일 돌봄 특별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며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선결돼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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