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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로터리]코로나19 공포와 사회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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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양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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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부터 1994년까지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후투족 정부군과 르완다 북부의 소수민족인 투치족 반군 사이에 벌어진 내전으로 민간인을 포함한 약 100만명의 투치족이 학살당했다. 종족 말살에 가까운 이 학살이 알려지며 당시 전 세계인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20여년 후 스위스 제네바대학병원 신경정신학자들은 학살과정에서 살아남은 임신 중이던 50명의 투치족 여성과 그들에게서 태어난 자녀들을 조사하던 중 중대한 생물학적 발견을 하게 된다. 이 여성 중 절반은 대량학살 현장에, 나머지 절반은 대량학살 현장을 직접 목격하지는 않았다. 이 학자들은 여성들과 자녀에게서 정신적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정도, 스트레스와 관련된 혈중 코티졸 함유량, DNA의 특정 부분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학살을 목격하지 않은 여성들과 달리, 목격한 여성들과 그들의 자녀들에게서만 동일한 특정 부위에서 DNA 변형을 발견한 것이다. 정신적 외상이 유전적 변이를 일으켜 오랜 기간동안 신경정신학적 증상으로 발현될 수 있으며, 같은 DNA정보가 후손에게 유전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인간에게서 발견한 것이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공식 통계는 세계인의 약 0.1%가 감염되었고 감염자 중 약 6% 정도가 이로 인해 사망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르완다 내전에 비해 사망자 비율이 낮아,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발생은 적겠지만, 코로나19 감염과 격리치료를 겪은 사람들, 친척이나 지인의 사망을 겪은 사람들에게는 심각한 공포 경험이었을 것이다. 감염, 사망을 겪지 않아도 뉴스에서 감염자와 사망자 소식을 계속 접하며, 감염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동시에 감염자와의 접촉에 대한 두려움과 자발적 격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 즉 사람들과 접촉을 꺼리며 고립되고 있다는 심리 상태에 빠지고 있다.

이와 유사한 과거사례를 보면, 14세기 유럽에서 페스트 감염이 일어났을 때,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맞았었다. 사망자의 증가로 노동력이 상실되며 봉건사회의 붕괴가 앞당겨졌고, 고립된 생활 속에서 르네상스 예술혁명이 일어났다. 현재 코로나19 판데믹이 초래할 사회적 변화가 비대면 모임 증대, 재택근무의 활성화, 온라인 교육의 정착 정도보다 훨씬 더 클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경제 침체로 실업률이 증대되고, 양극화가 더 심해지며, 각국에서 사회 불안이 야기되며, 자국우선주의로 국가 간 갈등도 더 증대될 것이다. 인류의 오만으로 자연이 너무 파괴되어 미지의 바이러스가 생성됐다는 책임론도 생기고 있다. 모르는 사이에 뇌에 각인된 또는 유전자 안에 기록된 공포부터 자유로워질 방안을 찾을 때 이 변화의 끝에 더 경쟁력 있는 개인, 사회, 국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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