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7일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인 전 국민 기본소득과 관련해 “실직자도 대기업 정규직도 같은 금액을 받는 전 국민 기본소득보다 전 국민 고용보험이 훨씬 더 정의롭다”며 전면 도입을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페이스북 캡처

박 시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 국민 고용보험과 전 국민 기본소득 중 어느 게 더 중요할까”라며 ‘평등(Equality)’과 ‘공정(Equity)’을 상징하는 그림을 게재했다. 경기장 바깥에서 키가 다른 세 명의 사람이 경기를 보려할 때 같은 높이의 나무상자를 한 개씩 주면 키가 작은 사람은 경기를 보는 데에 어려움을 겪지만, 나무상자 개수를 달리해 분배하면 키와 상관 없이 모두 동등하게 관람할 수 있다는 내용의 그림이다.

박 시장은 “재난과 위기는 가난한 이들, 취약한 계층에 가장 먼저 가장 깊이 오기 마련이며 마땅히 더 큰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지원과 도움을 주어야 마땅하다”며 “그것이 정의와 평등에 맞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자영업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 종사자, 임시-일용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심각한 소득감소를 겪고 있다”며 “그러나 이들은 4대 보험과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 보고서의 내용을 인용한 박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자의 82%가 ‘고용보험 미가입자’이고, 반대로 대기업 노동자나 정규직 노동자들은 끄떡이 없다”며 “모두 4대 보험과 고용보험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그러면서 “우리에게 24조원의 예산이 있다고 가정해보면 우리나라 성인인구는 약 4000만명이고, 최근 연간 실직자는 약 200만명”이라며 “전국민 기본소득의 경우 24조원으로 실직자와 대기업 정규직에게 똑같이 월 5만원씩 지급해 1년 기준 60만원을 지급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전국민 고용보험의 경우 24조원으로 실직자에게 월 100만원씩 지급하면, 1년 기준 1200만원을 지급할 수 있다”며 “무엇이 더 정의로운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박 시장은 끼니가 걱정되는 실직자도 매월 5만원, 월 1000만원에 가까운 월급을 따박따박 받는 대기업 정규직도 매월 5만원을 지급받는 것이 더 정의로운지, 아니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실직자에게 매월 1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정의로운지를 물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가장 불평등한 나라로 꼽히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이번 코로나19 이후 훨씬 더 불평등한 국가로 전락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