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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문장 다듬고 있는데…” 文대통령 개원 연설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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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개원 연설 하려 했으나 野의원 집단 퇴장으로 무산 / 상임위원장 배분 놓고 충돌 지속되면 표류 장기화 우려

“대통령님은 5일 개원 연설을 하시려고 문장도 다듬고 있다.”

지난 2일 국회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찾아간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이 김 위원장에게 한 말이다. 그간 ‘6월 초’로만 알려졌던 문재인 대통령의 21대 국회 개원 연설이 실은 5일을 목표로 추진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통합당 의원들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 개원 강행에 반발해 국회 본회의장을 떠나면서 5일 개원 연설은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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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열린 21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여당의 개원 강행에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7일 정치권에 따르면 21대 국회는 박병석 국회의장을 선출하면서 일단 문은 열었으나 정식 개원식은 열리지 않은 상태다. 개원식이란 여야 국회의원 전원과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소장, 국무총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등 주요 헌법기관장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대통령이 개원 연설을 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개원 연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여야 협력과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 협조를 당부할 계획이다. 청와대 입장에선 개원식이 빨리 열리는 게 좋다.

하지만 넘어야 할 관문이 남아 있다. 야당이 박병석 국회의장 선출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의장은 어차피 원내 1당 몫인 만큼 굳이 반대할 사안은 아니었다. 문제는 상임위원장 배분이다. 13대 국회(1988∼1992) 이후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는 원내교섭단체들끼리 의석수에 따라 나눠 갖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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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2020년도 예산안을 소개하기 위한 연설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21대 국회는 원내교섭단체가 둘뿐이다. 177석의 민주당과 103석의 통합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11대7로 나누면 산술적으로 무리가 없다. 야당으로선 상임위원장 11자리 확보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마지노선’인 셈이다.

여기에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처럼 중요한 상임위의 위원장직을 누가 갖느냐의 문제도 있다. 17대 국회(2004∼2008)부터 여야 ‘협치’라는 명분 아래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은 여당이 야당에 양보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통합당은 “오랜 관행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협치라는 이름 아래 ‘밀실 담합’ 같은 것을 해선 안 된다”고 맞선다. 과거에 해 온 의석수에 따른 상임위원장 배분이나 법사위원장 및 예결위원장의 야당 몫 배정 등을 잘못된 습관으로 규정하며 ‘법대로, 원칙대로 하자’는 것이다.

177석을 가진 민주당이 국회법이 정한 다수결 원칙에 따라 모든 상임위원장을 투표로 뽑자고 고집하면 결국 상임위 전체 독식이 가능하다. 이에 통합당은 “나치 독일을 연상케 하는 독재적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8일로 예정된 상임위원장 선출에서 여야 간에 충돌이 벌어질 개연성이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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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왼쪽)이 지난 2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갖고 온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화분을 받는 모습. 강 수석은 김 위원장에게 “대통령님이 개원 연설을 위해 문장을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물론 민주당이 막판에 어느 정도 ‘양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의 21대 국회 개원 연설만큼은 반드시 관철시켜야 하고 그러려면 야당 협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국회의 경우 국회 개원은 2016년 6월9일 이뤄졌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개원 연설은 나흘 뒤인 6월13일 성사됐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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