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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윤미향 눈물에 사표 생각 접어” 숨진 쉼터 소장 SNS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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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동 할머니 영정 사진, 활짝 웃으며 尹 보내줘라 하시는 듯”

지난 6일 숨진 채 발견된 서울 마포구 소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소장 A(60)씨가 생전 남겼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글에서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을 언급한 부분이 주목받고 있다. A씨는 “(윤 의원이)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간다는 얘기에 축하하고 힘을 줘야 하는데 괜스레 남겨진 마음이 무겁다”며 “김복동 할머니의 영정 사진이 아주 활짝 웃으며 보내주어야지 하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더불어시민당은 4·15총선 직전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으로 만들어졌으며 윤 의원 등 비례대표 당선자들을 배출한 뒤 민주당과 합당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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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7일 서울 마포구 ‘평화의 우리집’ 쉼터에서 관계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지난 3월31일 정의기억연대 전 이사장인 윤 의원과의 만남을 회상하는 글을 적었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달 7일 윤 의원과 정의연을 둘러싼 의혹을 제기하기 전에 작성한 것이다.

A씨는 이 글에서 “그녀 윤미향을 만난 건 2004년 5월. 쉼터에 기거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했다”며 “할머니들의 트라우마는 만만치 않아 3개월 사이에 몇 번의 사표를 내고 마지막 그 해 8월이었던가. 그녀의 눈물을 보고 ‘다시는 사표 이야기하지 않을게요’(라고 했다)”고 적었다.

윤 의원과의 오랜 인연에 대해서도 풀어냈다. 그는 “지금까지 동지처럼, 친구처럼 함께 웃으며 지내오는 동안 그녀는 어느새 흰 머리가 늘어났다”면서 “우리는 그 동안 그녀에 대해 얼마나 배려하며 살았을까”라고 씁쓸해 했다.

A씨는 “그녀(윤미향 의원)는 남에게 베푸는 것을 아주 좋아해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기부를 했다”며 “너무 많은 일들을 웃으며 했기에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녀는 우리에게 큰 힘이었다. 쉼터에 급한 일이 생기면 새벽에도 전화를 하기에 그녀의 머리맡에는 24시간 전화기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것이 얼마나 큰 마음이었는지 이제는 깨닫는다”며 “갑자기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간다는 얘기에 축하하고 힘을 줘야 하는데 괜스레 남겨진 마음이 무겁다”고 아쉬워 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떠나야 하기에 기쁨으로 보내야만 하고, 그러는 내게 김복동 할머니의 영정 사진이 아주 활짝 웃으며 보내주어야지 하신다”고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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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소장으로 근무했던 마포구 ‘평화의 우리집’ 전경. 연합뉴스


7일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전날 오후 10시35분쯤 주거지인 경기 파주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현장에서 유서는 나오지 않았으며, 외부인 출입 흔적도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주거지 주변 폐쇄회로(CC)TV에 사망 추정 시간 전 A씨가 홀로 귀가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던 점 등을 미루어 타살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최근 “검찰 압수수색으로 힘들다”는 말을 주변에 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마포 쉼터는 정의연 부실회계 의혹 등에 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장소 범주에 포함됐던 곳이다.

7일 쉼터에서 오열하며 관계자들을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은 전날 밤 자신의 SNS에 과거 A씨에 대해 회고하며 썼던 글을 다시 올리기도 했다. 윤 의원은 “좋은 일에 함께 하는데 (적은 급여도) 괜찮다고 하며 만나게 됐다”며 “A씨 덕분에 우리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만들어내는 우리와 할머니들의 웃음이 우리 운동에 큰 에너지가 됐다”고 했다. 해당 글은 현재 지워졌으며 윤 의원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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