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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美 백악관 앞 도로명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로 변경…트럼프와 맞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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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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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46)를 기리기 위해 수도 워싱턴의 백악관 앞 도로 이름이 5일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의 구호인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로 바뀌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재직 중인 야당 민주당 소속의 흑인여성 시장 뮤리엘 바우저(48)는 “평화 시위대를 기리고 이 거리가 누구의 것인지도 분명히 하겠다”고 변경 이유를 밝혔다. 백악관과 라파예트 공원 사이에 있는 이 도로에는 새 표지판이 붙었고, 길바닥에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는 대형 노란색 글씨가 적혔다.

백악관이 정면으로 보이는 이 도로의 이름을 바꾼 것은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를 진압 대상으로 여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바우저 시장은 군을 투입해 시위대를 진압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에 “군 동원이 되레 폭력 시위를 부추긴다”며 강력히 반대해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5일 수도 오타와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깜짝 등장했다.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그는 시위대의 ‘무릎 꿇기’에 동참했다. 무릎 꿇기는 2016년 미식축구 선수 콜린 캐퍼닉이 시작했으며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를 지닌다. 이날 시위대는 총리에게 “트럼프에 맞서라”고 외쳤다. 트뤼도 총리는 2일 트럼프 대통령의 군 투입 논란에 대한 질문에 21초간 답을 하지 않아 간접적으로 트럼프 비판에 동참했다.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5일 플로이드 사망의 원인인 경찰의 ‘목조르기’ 제압을 금지하기로 했다. 또 특정 경찰이 허용된 범위를 벗어난 무력을 사용하면 다른 경찰관이 개입하고 이를 의무 보고하도록 했다. 플로이드의 동생 필로니즈는 10일 하원 법사위에 출석해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해 증언한다.

플로이드의 고향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4일 미니애폴리스에 이어 6일 두 번째 추모행사가 열렸다. 로이 쿠퍼 주지사(민주)는 모든 공공시설에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8일과 9일에는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각각 추도식과 장례식이 열린다. 플로이드가 생애 대부분을 보낸 곳인데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에 이은 미 4대 대도시여서 수많은 인파의 참석이 예상된다.

6일 워싱턴, 시카고 등 미 전역에서는 인종차별 규탄 시위가 열렸다. 평화 시위를 강조한 이날 시위대는 뉴욕 브루클린 다리,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대로 등 주요 대도시 명소를 가로지르며 거리 축제 형식으로 시위를 했다. 이날 체포된 사람도 없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동조 시위가 열렸다.

며칠째 평화 시위가 이어지면서 미국 내 야간 통행금지령도 속속 풀렸다. 4일 워싱턴과 로스앤젤레스, 5일 미니애폴리스, 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텍사스주 댈러스가 통행금지를 해제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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