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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슈 미국 흑인 사망

집회 금지된 홍콩에서도 플로이드 추모 집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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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찰, 코로나19 예방 들어 '8인 이상 집회' 금지 / 실은 6·4 톈안먼 사건 31주기 추모식 막기 위한 조치

‘6·4 톈안먼(천안문) 사건’ 31주기를 전후해 집회 금지령이 내려진 홍콩에서 시민 수십명이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를 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세계일보

지난해 홍콩에서 중국의 6·4 톈안먼(천안문) 사건 30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열린 촛불집회 모습. 올해 홍콩 경찰은 코로나19를 이유로 톈안먼 추모집회를 전격 금지했다. 뉴스1


외신 보도에 의하면 일요일인 7일 홍콩에선 유학생, 그리고 인권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 소속 회원 등이 홍콩 주재 미국 영사관 앞에 모여 플로이드 사망에서 드러난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영국 국적의 한 28세 청년은 “우리가 (미국과)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들(미국 시위대)이 느끼는 분노와 감정에 100% 공감한다”며 “인종차별 반대와 인권 옹호의 메시지를 전세계에 널리 알려야 한다”고 외쳤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날 시위는 미국에서 백인 경찰관이 흑인에게 가혹행위를 가한 끝에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플로이드 사건에만 국한됐으며 중국의 6·4 톈안먼 사건이나 홍콩보안법 제정 등 다른 현안은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경찰은 ‘8인 이상 모이면 안 된다’는 집회 금지령을 상기시키며 집회가 열리는 내내 곁에서 감시했다. 하지만 시위대가 미국 경찰의 잔인함, 그리고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미국 영사관 앞에서 낭독한 뒤 평화롭게 철수하면서 경찰과 시위대 간에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홍콩 경찰은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억제를 들어 시민들에게 8명 이상이 모이는 집회를 금지시켰다. 코로나19를 금회 금지령의 근거로 내걸긴 했으나 실은 1989년 6월4일 중국 베이징에서 일어난 톈안먼 사건 31주기 추모집회를 막으려는 의도가 크다는 게 국제사회의 분석이다. 당시 중국에선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 수천명이 시위를 했는데 덩샤오핑 등 국가 지도부는 군을 동원, 시위를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중국 당국의 엄격한 보도 금지와 정보 통제로 톈안먼 사건의 정확한 희생자가 몇 명인지도 알려져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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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민들이 텐안먼 시위 유혈 진압 31주년을 맞아 지난 4일 출입이 금지된 시내의 빅토리아 공원으로 진출해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코즈웨이베이=AP연합뉴스


홍콩에선 톈안먼 사건 이듬해인 1990년부터 해마다 6월4일 추모집회가 열려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화하고 주민들 사이에 반중국 정서가 심각해지면서 결국 톈안먼 사건 추모 집회마저 금지되고 말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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