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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정부는 北 달래는데…北전역서 대규모 南규탄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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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연일 대남 공세 ◆

북한이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대북전단 살포 비난 담화에 이어 지난 5일 다시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개성 남북공동사무소를 결단코 폐기하겠다"며 대남 압박 수위를 높여나가고 있다.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7일 '달나라타령'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관계 개선과 미·북 대화 진전의 '선순환 관계'를 강조한 것을 두고 "조미 관계가 나빠지면 북남 관계도 어쩔 수 없는 관계로 여기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문재인정부가 미국의 대북제재 정책에만 충실하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 4일 김 제1부부장 담화 이후 우리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 규제법을 만들겠다고 즉각 반응을 보였음에도 북한이 연일 공세를 취하는 것은 북한의 내부 사정이 악화돼 체제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은 수년간 이어진 미국과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와 더불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경 봉쇄로 경제 상황이 '고난의 행군' 시절인 1990년대보다 더욱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 산하 피치솔루션스는 북한 경제가 올해 6% 역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탈북자와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에 더해 이를 구실로 체제 결속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이라면서 "장기적 경제난에 대한 불안감, 탈북자 출신인 태영호·지성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임기를 시작하는 데 대한 초조함이 맞물리며 체제 결속을 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대규모 남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는 이유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7일 노동신문에 따르면 우리 정부와 탈북자들의 반북 활동을 규탄하는 청년 학생들의 군중 집회가 6일 평양시내 곳곳에서 열렸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여당의 총선 압승으로 남북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을 텐데, 구체적인 협력안이 나오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불만과 동시에 탈북 국회의원들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이 나오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를 공언하고 '이미 시사한 여러 가지 조치'들을 이행하겠다고 한 만큼 남북 관계는 더욱 경색 국면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북한은 지난 4일 탈북민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강력히 비난한 김 제1부부장 담화에서 '개성공단의 완전 철거'와 '9·19 군사합의 파기'를 시사하기도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측 반응을 지켜보다가 연락사무소 폐쇄를 단행하고, 개성공단 완전 폐쇄 혹은 대남 도발을 통한 군사합의 파기 수순으로 나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우리 군은 지난달 기상 상황을 이유로 연기했던 육·해·공군 합동 해상사격 훈련을 이번주 실시할 계획이어서 북한이 이를 빌미로 다시 공세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우리 군의 연례적인 훈련에 대해서도 "전쟁 야욕"이라며 비난해왔다.

이번 통일전선부 담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여동생인 김 제1부부장을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제1부부장'으로 명시한 것도 주목할 만한 사안이다. 김 제1부부장이 사실상 2인자임을 공식 확인한 셈이다. 조 연구위원은 "무소불위의 가족정치가 아무 견제 없이 작동되면 상당히 위험한 국정운영 판단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제1부부장의 대남 위협이 실제 행동으로 옮겨질 경우, 특히 9·19 군사합의가 파기되면 한반도가 군사냉전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이 중국 봉쇄를 위해 동맹국들의 군사적 역할 강화를 요구하는 가운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휴전선 인근에서의 군사 도발 등은 한미 대 북·중 대결 구도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검증 절차가 부족하다는 비난에도 9·19 군사합의는 지상과 바다, 하늘에서 완충지대를 설정해 전쟁 위험을 감소시키는 초석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남북은 휴전선 일대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상호 1㎞ 이내에 위치한 GP(감시초소) 10개를 철거했다. 남북은 나머지 GP의 추가 철거도 추진했지만 군사합의가 파기되면 GP 복원과 지난달 북측의 GP 총격과 같은 휴전선 일대 저강도 도발이 이어질 수 있다.

한편 한미 외교당국은 최근 북한이 연이어 대남 위협 발언을 쏟아낸 뒤 각급에서 실무 협의를 진행했다고 7일 외교부가 전했다.

[박만원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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