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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강화 주민들, 선교단체의 ‘쌀 담은 페트병 북한 보내기’ 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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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7일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 해변에 주민들이 세워놓은 굴삭기가 비포장길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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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의 대북 전단 살포 문제에 북한이 강경 대응을 선포한 가운데 인천 강화도에서 한 선교단체가 바다를 통해 쌀을 담은 페트(PET)병을 북으로 보내려다가 주민 반발로 실패했다. 앞서 경기도 김포 주민들과 접경지역 시장·군수 협의도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처벌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대북전단을 둘러싸고 반북단체와 주민들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7일일 강화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선교단체 ‘순교자의 소리’는 지난 5일 이어 이날 낮에도 강화군 삼산면 민머루해수욕장에서 쌀을 담은 페트병을 바다에 띄워 북한에 보낸다고 예고했다. 이 단체는 지난 5일 250개의 페트병을 보내려다가 주민들이 진입로 등을 차단해 행사를 개최하지 못하고 돌아간 바 있다.

이후 이날 다시 행사를 열겠다고 예고하자 주민들은 1톤(t) 화물차로 이동하던 비포장길을 아예 굴삭기로 가로막았다. 이 길은 정식 도로가 아니고 갯벌이 유실되는 것을 막는 둑을 쌓으면서 생긴 공사로다.

석모도의 한 어민은 “북한이 도발하면 어떻게 하나. 주민들은 불안한데,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며 “또 석모도 해안으로 다시 떠밀려온 수많은 페트병에서 심한 악취가 나지만, 주민이 수거하는 데 한계가 있어 환경 피해가 심하다”고 하소연했다.

페트병을 바다에 띄워 보낼 수 있는 썰물 때가 끝나도록 선교단체 회원들이 나타나지 않자 3시간여를 기다린 주민들은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갔다. 경찰은 이날 선교단체가 행사를 예고한 현장 주변에 사복 경찰관을 배치했지만, 주민과 선교단체 간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최민기(61) 석모3리 이장은 “페트병 띄우기가 수년째 계속되면서 석모도 일대 환경오염이 심각하고, 특히 북한 위협이 고조되는 시기에는 불안해하는 주민이 많다”면서 “이곳이 삶의 터전인 주민 입장을 헤아려 행사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또다른 접경지역인 경기도 김포 주민들은 지난 5일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령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이날 접경지역 시장·군수 협의회도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중단시켜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통일부 장관에게 낸 바 있다.

이정하 박경만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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