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리가·EPL선 확진자… K리그 개막 매뉴얼 46개국에 배포
지난달 22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과 FC서울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경기를 앞두고 양 팀 선수들이 나란히 도열해 인사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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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스포츠가 뜻밖의 전성시대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지구촌 프로스포츠 시즌이 중단되거나 개막이 미뤄진 이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게 3대 프로스포츠가 진행되면서다. 5월 5일 프로야구 KBO리그 개막을 시작으로 프로축구 K리그(8일), 한국여자프로골프 KLPGA(14일)가 무관중 경기로 문을 열었고, 이후 선수 및 지도자, 구단관계자, 심판까지 단 한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어 프로스포츠 방역에 대한 자신감도 높다.
자연히 전 세계 스포츠계는 한국 프로스포츠 개막 모델을 주목했다. 한국보다 먼저 코로나19 확산이 이뤄진 중국, 지난 3월까지 도쿄올림픽 정상개최를 자신했던 일본이 프로스포츠 시즌 개막 및 재개 일정도 잡지 못하는 사이 한국은 철저한 방역 매뉴얼을 바탕으로 리그 및 투어 일정을 진행했다.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선 메이저리그 팬들이 매일 ESPN을 통해 생중계되는 KBO리그를 분석하며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빅리그에서 볼 수 없는 타자들의 ‘빠던(배트던지기)’에 열광했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 팬들은 주의 약자와 이름이 같은 NC 구단에 애정을 보내고 있다. 축구 종가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 37개국에선 K리그 중계권을 구매해 축구 팬들의 타는 목마름을 해소하기도 했다.
지난잘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과 울산현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경기를 앞두고 울산 고명진이 열 체크를 하고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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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시즌 개막 또는 재개를 준비하는 해외 리그들로선 먼저 문을 연 한국의 프로스포츠를 단순이 흥미 요인을 넘어 롤모델로 삼은 분위기다. 한 달 남짓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방역 원칙은 물론, 무관중 경기의 허전함을 달래고 홈 팀에 힘을 불어넣어 줄 앰프 응원 또는 현수막 응원 등에도 주목한다. 여기에 언택트(Untactㆍ비접촉) 시대 선수와 팬을 이어주는 ‘랜선 응원’ 노하우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국내 프로스포츠 무대에서 철저히 지켜진 방역 모델은 해외 프로구단 및 단체의 교과서처럼 여겨지는 모습이다. 최근 리그 재개를 확정한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국내 관계자는 “시즌 재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모든 구성원의 안전과 건강”이라며 “오는 12일 재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K리그의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을 공식 요청해 규칙서 작성에 참고했다”고 전했다. 지난 25일 재개한 독일 분데스리가와 오는 11일 재개 예정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재개 일정 발표 후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골머리를 썩고 있어 코로나19 청정구역인 K리그 개막 매뉴얼 가치는 더 높아졌다.
이미 K리그 개막 매뉴얼은 지난달 아시아축구연맹(AFC)을 통해 46개 회원국에 공식 배포되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즌을 준비 중인 세계 각국에 퍼져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대부분의 축구 리그가 중단되거나 개막을 연기하고 있는 시점에서 K리그가 가장 먼저 개막을 하게 됨에 따라 연맹은 아시아 각국으로부터 매뉴얼을 공유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왔다. 이에 연맹은 매뉴얼 영문 번역본을 제작해 AFC에 제공했으며, AFC는 회원국들의 리그 재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영문 번역본을 46개 회원국 협회와 공유했다.
지난달 9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현대와 상주상무의 경기 취재진이 입장시 열화상카메라로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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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매뉴얼에는 선수단 및 관계자 예방 수칙, 유증상자 및 확진자 발생시 대응 방안, 홈경기 운영(무관중 경기, 미디어 가이드라인 등 포함), 구단 산하 유소년팀 대응 방안까지 포함돼 있다. 선수단 및 코칭스태프, 경기감독관 전원은 경기 전날 취침 전 1차 발열검사를 마친 뒤 경기 당일 오전 10시 2차 발열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기장 출입 시 실시되는 3차 발열검사에서도 37.5도가 넘지 않아야 경기장에 들어설 수 있다. 경기 전 취재진과 관계자 체온측정 및 마스크 착용, 손 소독 의무화 등 기본적인 지침은 물론, 경기 전 일렬로 도열하던 선수들은 2열로 마주보고 서 악수 없이 인사를 나누고 경기에 임하도록 하는 등 ‘결벽증’에 가까운 지침을 마련해놨다.
특히 아직 시행되지 않은 관중 입장 매뉴얼까지 이미 마련돼 있다. 여기엔 △팬 사인회 등 오프라인 행사를 일체 금지하고 △관중석 좌석간 반경을 최소 1m 이상 확보하며 △보안 검사 시 관중이 자발적으로 가방을 열도록 해 육안검사를 실시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관중들은 합동 응원을 금지하고, 부부젤라 활용을 금지하는 등 응원 문화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도 지난달 말 경기 재개를 위해 코로나19 감염 방지대책을 마련했는데, 여기에도 KBO리그의 지침이 상당부분 반영됐다. 벤치에서는 사람간 간격을 1m 이상 두고, 배트나 헬멧 등 용품을 다른 선수와 함께 쓰지 않으며, 경기 도중 침 뱉기가 금지되고 악수 또는 하이파이브 등 신체접촉도 피해야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KBO 관계자는 “WBSC에 1,2차 매뉴얼을 이미 보냈고, 관중과 관련해 보강된 최신 매뉴얼 또한 수시로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WBSC뿐만 아니라 미국 메이저리그(MLB), 일본프로야구(NPB), 대만프로야구(CPBL)와 스페인 프로축구 라 리가도 KBO에 코로나19 대응 통합 매뉴얼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요청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경기 중에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을 제외한 모든 구역(클럽하우스 포함)에서 마스크 착용, 맨손 하이파이브나 악수 등의 접촉도 자제를 권고했다. 경기 중 침 뱉는 행위는 금지했다. 심판위원은 경기 중 마스크와 위생 장갑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아직 한국프로야구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KBO는 매뉴얼에 개막 후 유증상자 및 확진자 발생 시 대처 방법 등도 담았다. 개막 후 선수단에서 유증상자가 발생하면 해당 인원만 일단 격리된다. 진단 검사 결과 확진 판정이 나오면 정부에서 파견된 역학 조사관의 판단에 따라 접촉자를 분류하고 접촉자에 한해 14일 동안 자가 격리 조치가 취해진다. 해당 구장은 최소 2일간 폐쇄된다. KBO는 역학 조사관의 조사 결과 접촉자의 범위가 리그 진행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될 경우 리그 중단 여부를 검토한다. 리그 중단은 긴급 실행위원회 또는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투어 대회가 진행중인 KLPGA도 오는 11일 재개를 앞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비롯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참고 모델이다. 특히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한국의 재개 모델에 관심을 쏟는 것으로 알려졌다. KLPGA 관계자는 “해외 투어에서 시즌 재개 매뉴얼 공유 요청이 온다면 언제든 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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