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취재진들이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심사 청구사건 2번째 심문기일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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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없지만 대한민국에서 다시 처벌받을 수 있다면 어떤 중형이든 다시 받고 싶습니다.”
16일 오전 서울고법 403호 법정. 황토색 수의를 입은 손정우(24)씨가 흰 마스크를 쓰고 재판부에 마지막 할 말을 전했다. 손씨는 작은 메모지를 꺼내 피고인석에 두고 써온 말을 읽었다. 손씨는 “어렸을 때 컴퓨터 게임으로 방황하고, 하루하루 손쉽게 허비했는데 정말 다르게 살고 싶다”며 눈물을 훔쳤다. 손씨의 최후 변론을 듣던 손씨의 부모도 방청석에서 눈물을 흘리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고법 형사20부(수석부장 강영수ㆍ정문경ㆍ이재찬)는 이날 검찰과 변호인측에 지난 기일에 요청했던 설명 사항을 들었다. 그러면서 손씨 인도 여부에 대한 중점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 손씨에 대한 심문은 사실상 끝내고 7월 6일 따로 기일을 열어 손씨의 송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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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 신병 문제에 신중한 재판부
16일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심사 청구사건 2번째 심문기일에 손씨가 출석해 재판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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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범죄인 인도심사가 처벌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손씨 범죄를 처벌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니 손씨의 신병을 어떻게 처리할지 신중히 판단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과거 세월호 사건 때 고(故) 유병언씨의 장녀 유섬나씨가 프랑스 법원의 송환 결정에 항소하며 2년이 넘도록 한국으로 인도되지 않은 사례를 말하기도 했다. 우리 법은 인도 결정에 불복 절차 없고 기간도 두 달 이내로 정하고 있어 재판부도 법을 지키겠지만 손씨의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충분한 시일을 두고 사건을 보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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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수익은닉죄, 국내 기소 가능했을까
이날 재판에서도 검찰과 변호인은 각각 송환이 이뤄져야 할 이유와 그렇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변론했다. 변호인측은 검찰이 이미 범죄은닉 혐의에 대해 수사해놓고 기소하지 않은 것이 손씨가 인도 요청을 받은 큰 이유라고 주장했다. 한국 검찰이 범죄수익은닉죄에 대해서도 기소를 했다면 미 법무부가 이 죄명으로 손씨를 송환 요청할 수 없었을 거란 주장이다.
변호인은 수사는 해놓고 기소는 하지 않은 검찰을 비판하며 “만약 인공지능이나 컴퓨터가 기소했으면 (범죄수익은닉이) 빠졌을 리 없을 것”이라며 “한국에서 수사는 다 해놓고 미국으로 인도해 재판하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수사 당시 범죄 수익 은닉 부분에 대해서는 경찰에서부터 송치도 되지 않았다”며 “당시 수사의 포커스는 아청법상 음란물과 정보통신망법에 집중됐던 걸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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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재판, 비인도적 재판인가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씨의 아버지가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손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심사 청구사건 2번째 심문기일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법원은 7월6일 추가심리를 열고 손씨의 송환 여부를 결정한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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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미국에서 재판을 받는 것 자체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도 물었다. 재판부는 미국에서 중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인도 사유에 포함되는지를 검사에게 물었다. 검사는 “미국도 한국에서 이미 형을 받은 것을 고려해 처벌하지 않을까 한다”고 답했다.
변호인에게는 “미국에서 재판받는 것이 비인도적 재판이라고 보냐”고 물었다. 변호인은 “그렇지는 않지만 손씨가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고, 가족들도 한국에 있어 한국에서 재판받았으면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측에 한 가지 질문도 던졌다. 재판부는 외국으로 범죄인을 인도했을 때 외교부나 법무부에서 해외 재판을 사후 모니터링하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한미 범죄인인도 조약상 송환이 청구된 범죄에 대해서만 재판을 해야 하는 만큼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물은 것이다. 재판부는 “인도하고 나서는 관심을 끊는 건지, 우리 국민에 대해 계속 모니터링 하는지 확인해서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법정을 찾은 손씨 부친은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이 한이 되고, 마지막으로 살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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