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집값 못잡아 盧정권 교체"…대책만 21회, 그 뒤엔 文의 집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피했어야 할 두더지 게임이 계속되고 있다.”

여권의 한 정책통 인사가 본 문재인 정부 부동산 대책의 현주소다. 문재인 정부 21번째 부동산 규제인 6·17 대책으로 경기 김포·파주의 집값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자 정부는 28일 “규제 요건이 충족되면 내달 규제지역으로 묶겠다”(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여기를 때리면 저기가 튀어 오르는 두더지 게임을 계속하겠다 것이냐”는 반응이 나온다.

2017년 8·2 대책 이후 정부는 ‘핀셋규제’라는 명목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는 대책을 계속 내놨다. 핀셋규제 대상 지역은 강남 4구 및 마·용·성(마포·용산·성동)→강북권→수원·안양 등 경기 일부→경기 동남권 및 대전으로 늘어났고 그 주변 지역의 집값이 급상승하는 부작용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2개월짜리 단기정책이 앞으로 2년간 계속 나오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지칠 줄 모르는 두더지 게임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매번 전면에 나선 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었지만 그를 움직인 건 문재인 대통령의 ‘집념’이란 게 여권의 시각이다. 부동산 규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과 비견될 정도로 문 대통령의 ‘숙원사업’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인사는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이 실패한 것을 두고 문 대통령이 ‘굉장히 아쉽다’며 성찰적으로 얘기하더라”면서 “언론과 시장은 물론 당에서 뭐라고 해도 부동산 규제 기조는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세종대왕 훈민정음 창제하듯”



문 대통령은 집권 초기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된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2017년 8·2 대책 발표에 앞서 관련 안건이 올라오자 참석자들에게 “정확한 규제지역은 어떻게 되느냐” “구체적인 대출 소득요건은 무엇이냐”고 일일이 물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중앙일보

지난해 6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오른쪽은 김수현 전 정책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 정부 청와대 수석 출신 한 인사는 “문 대통령이 한 회의에서 ‘부동산 문제는 청년들의 삶에 매우 중요하고 한국 경제의 왜곡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부동산 규제에 대한 대통령 생각이 확고하다는 점을 확실하게 깨달았다”고 했다. 또 다른 청와대 출신 한 인사는 “부동산 문제로 참모들과 수시로 토론하고 이것저것 묻는 모습을 본 참모진 사이에선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창제를 위해 집현전 학자들과 논의하듯 주도권은 대통령에 있다’는 말도 나왔다”고 전했다.



文 “부동산 실패, 정권 교체 원인”



문 대통령은 2011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참여정부 때 시기에 맞게 대책을 만들지 못해서 부동산을 통한 부의 증식에 대한 욕망을 많이 키웠고 그것이 정권이 교체된 하나의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출범 직후부터 적극적으로 집값 억제책을 내놨다. 1년 차에 종합부동세를 도입했고 투기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60%로 제한했다. 3년 차에는 양도소득세를 강화하고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한 ‘8·31 대책’을 내놨다. 4년 차엔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도입해 금융대출규제를 시작했고, 5년차엔 청약가점제 등을 담았다. 이런 노력에도 임기 5년간 전국 아파트값은 63.7% 상승했고, 같은 기간 가계부채는 137조원 늘었다.

중앙일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갭투자 규제를 핵심 내용으로 한 문재인 정부 21번째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8·31 대책의 실무책임자는 당시 국민경제비서관이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1기 출신 한 인사는 “김 전 실장에겐 참여정부 부동산 실패로 인한 트라우마와 함께 더 잘하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며 “집값은 꼭 잡아야 한다는 집념은 문 대통령을 비롯한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의 공통점”이라고 했다.

땜질식 처방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우려를 나타낸 적도 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1기 출신 인사는 “(문 대통령이) 정책 수립과정에서 강남 4구 부동산 가격 상승이 수도권과 전국 부동산 가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살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지역 폭등에 대한 단기 처방은 불가피했다. 기준이 없고 거대한 권역이 규제지역이 되면 집주인들이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했다. 풍선 효과는 예측됐지만 구체적 수단으로 핀셋처방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중앙일보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 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권 초와 뒤바뀐 부동산 대책 평가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냉정하다. 한국갤럽 조사(전국 성인남녀 1000명 대상)에서 2017년 8·2대책에 대한 긍정평가는 44%였지만 2018년부터 부정평가가 이를 앞질렀고 최근 조사(6월 2~4일)에선 부정평가가 42%로, 긍정평가 24%보다 월등히 높았다. 같은 조사에서 ‘향후 1년간 집값이 현재보다 오를 것’이란 응답은 37%로, ‘내릴 것’(23%)이란 답변보다 많았을 만큼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도 감퇴하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에선 “김현미 장관이 공무원들에게 순치돼 제대로 된 대책을 내지 못한다”(친문 그룹 재선 의원) “저금리로 유동성이 무제한 공급되는데 핀셋규제는 득보다 실이 크다”(충청권 재선 의원) 등의 쓴소리를 넘어 문 대통령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은 “부동산 대책이 쉽지 않다는 걸 대통령도 느꼈을 텐데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순 없지 않으냐”며 “하나하나 기워가는 ‘누더기’라도 입을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정책통 인사는 “문 대통령은 대책 효과가 없으면 ‘더하라’고 지시하실 분”이라며 “실패하더라도 방향을 돌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