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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제주항공의 이스타 인수 '승자의 저주'될까…주가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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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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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공항 램프에서 지상조업사 직원이 항공기 착륙을 유도하고 있다./사진=제주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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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항공업황 부진으로 항공사 간 M&A(인수·합병)들이 연이어 난항을 겪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한데 이어 제주항공도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미루면서 M&A가 불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주식시장에서도 제주항공의 인스타항공 인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9일 제주항공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50원(0.92%) 떨어진 1만6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제주항공 지주사 AK홀딩스는 전 거래일 대비 700원(4.05%) 오른 1만8000원에 마감했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연기에 따른 손실이나 이익에 대해 시장의 시각도 엇갈리는 양상이다.

제주항공은 당초 이날까지 이스타항공 인수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26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를 대상으로 한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오는 30일에서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로 변경한다고 공시하면서 인수일정은 무기한 연기됐다.

계속되는 항공업황 부진과 240억원에 달하는 이스타항공의 임금체불, 창업주 책임론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M&A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발표했던 지난해 12월만해도 LCC 1위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로 시장지배력 강화 기대감이 컸지만 지난 2월부터 본격화한 코로나19는 모든 상황을 뒤바꿔 놓았다.

항공사들의 여객 수요는 3월부터 80~90% 급감했고 국제선 노선 운항은 사실상 거의 중단된 상태다. 이스타항공은 노선 중단으로 5개월째 직원들의 임금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임금 체불 규모는 약 2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항공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이 드는 항공사 인수는 제주항공에 부담이다. 임금체불에 대해서는 이스타항공이 약 110억원을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지속되는 영업적자와 막대한 부채가 M&A를 가로막은 근본적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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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 3월24일부터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23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청사 내 이스타항공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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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에서도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로 유동성 위기가 심화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인수비용은 약 545억원인데, 제주항공의 1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자산 포함)은 약 1000억원이다.

하지만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인건비나 항공기 리스(임대료) 등 고정비는 2분기 635억원으로 추정되고 변동성 비용과 영업비, 이스타항공 인수까지 감안한다면 기존 보유 현금 여력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영업 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자본잠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가 지연되고 있는 이스타항공 이슈도 제주항공에 리스크 요인"이라며 "여유자금이 부족한 상황에 이스타항공 인수 사안까지 겹쳐 유동성 리스크가 재부각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날 오후 이스타항공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 주식 전부를 회사에 헌납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 가족의 이스타홀딩스 지분 취득과 관련한 의혹을 해소하고 M&A를 조속히 마무리 짓기 위해서다. 이 의원의 두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지분 39.6%를 보유 중이다.

기자회견 직전 AK홀딩스 주가는 장중 17%까지 치솟았고 제주항공은 기자회견 이후 장중 6% 이상 반등했으나 곧 제자리로 돌아왔다. 인수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될수록 시장에서는 제주항공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제주항공은 자본금 확충을 위해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증권업계의 시각은 다소 회의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제주항공은 업황 회복 외에도 이스타항공 인수시 나타날 추가 부담과 증자 이후 정부의 추가 지원 여부가 관건"이라며 "이스타항공 인수시 단기적으로 연결실적에 추가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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