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취재파일] '너무 늦은 사과' 강정호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결국, KBO리그 복귀를 포기했습니다.

강정호는 어제(29일) 자신의 SNS에 "긴 고민 끝에 히어로즈 구단에 복귀 신청 철회 의사를 전했다""용서를 구하고 팬들 앞에 서기엔 제가 매우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마음도, 히어로즈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던 마음도 저의 큰 욕심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거 신분이던 지난 2016년 12월 서울 강남 삼성동에서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전 두 차례 음주운전이 더 적발돼 비난 여론은 더욱 거셌습니다. 음주운전의 대가는 컸습니다. 미국 취업비자가 나오지 않아 2017~2018년을 허공에 날렸고, 지난해 빅리그에 복귀했지만 부진 끝에 방출됐습니다.

야구를 계속하고 싶었던 강정호는 KBO리그 복귀를 추진했습니다. 지난달 법률 대리인을 통해 KBO에 복귀 의사를 타진한 뒤 KBO 상벌위원회로부터 음주운전에 따른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키움 구단에 연락해 복귀 의사를 전했습니다.

복귀 준비를 마친 강정호는 지난 23일 모든 비난과 징계를 감수하겠다며 4년 만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복귀 첫해 연봉을 음주운전 피해자를 위해 기부하고 은퇴할 때까지 유소년 야구 발전을 위해 재능기부를 하겠다며 나름의 계획도 밝혔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너무 늦은 사과였을까요. 후폭풍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싸늘한 여론에 비난이 계속되자 강정호는 지난 25일 국내 복귀 포기를 고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치현 키움 단장은 "25일 강정호 선수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뉘앙스가 뭔가 결심을 할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고 밝혔습니다. 주말 동안 가족과 상의한 강정호는 지난 27일 키움 구단에 복귀가 어려울 것 같다는 의사를 전했습니다. 김치현 단장은 "강정호 선수가 '본인 때문에 구단과 선수들이 부담이고, 힘드신 거 같아서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어젯밤 연락이 와서 오늘 복귀 포기와 관련한 입장을 직접 밝히겠다고 말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016년 12월 기자는 강남경찰서에 출석하는 강정호를 취재했습니다. "많이 반성한다"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조만간 공식 사과를 할 거라는 예상을 했습니다. 하지만, 강정호는 모습을 감췄습니다. 그렇게 4년의 시간이 흐른 뒤엔 어떤 말도 사과가 되지 않았습니다. '너무 늦은 사과'로 강정호에게 선택지는 없었습니다.

다음은 강정호 선수의 SNS 전문입니다.

안녕하세요? 강정호입니다.

기자회견 후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긴 고민 끝에 조금 전 히어로즈에 연락드려 복귀 신청 철회 의사를 전하였습니다. 팬 여러분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팬들 앞에 다시 서기엔 제가 매우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마음도, 히어로즈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던 마음도 모두 저의 큰 욕심이었습니다. 제 욕심이 야구팬 여러분과 KBO리그, 히어로즈 구단 그리고 야구선수 동료들에게 짐이 되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복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받은 모든 관계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오랫동안 팀을 떠나 있었지만 히어로즈는 항상 저에게 집 같은 곳이었습니다. 다시 히어로즈에서 동료들과 함께 야구하며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 생각이 히어로즈 구단과 선수들을 곤경에 빠뜨리게 하였음을 이제 깨닫게 되었습니다. 히어로즈 팬들과 구단 관계자분들 그리고 선수 여러분들께 너무나 죄송하다는 말씀 다시 전합니다.

아직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는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길을 걷게 되던 주변을 돌아보고 가족을 챙기며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봉사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조금이나마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하고 감사드립니다

강정호 올림.

(사진=연합뉴스)
유병민 기자(yuballs@sbs.co.kr)

▶ [마부작침] 민식이법이 놓친 것들
▶ '친절한 애리씨'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