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상임위 싹쓸이라는 최악의 국회 파행은 정치력과 협상력 빈곤 때문이다. 그래도 굳이 책임의 경중을 따지자면 민주당 탓이 크다. 원 구성 협상 결렬의 발단은 법사위원장 자리다. 법사위원장을 야당 몫으로 두는 것은 국회의 오랜 관행이다. 힘센 여당의 입법 독주를 견제하는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민주당이 소수 야당 시절에도 관행에 따라 법사위원장을 차지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민주당이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힘으로 그 자리를 꿰차면서 이 사달이 나고 만 것이다. ‘일하는 국회’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렇게 무리를 해서라도 법사위를 차지하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새삼 의심스러울 뿐이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국회가 정상화될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은 앞으로도 여야 협의보다는 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사 일정을 거부하고 강력한 ‘일당 독재’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러다 21대 국회 내내 여야가 삐꺽거릴지도 모를 판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민주당은 국회 운영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 우리 주변을 둘러싼 환경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처지다. 무엇보다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로 경제는 악화일로다. 남북관계는 다시 얼어붙고 안보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여야가 힘을 합해도 넘기 힘든 유례없는 위기상황이다. 지금이라도 통합당과 협치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통합당 역시 강경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정책으로 승부를 거는 전향적인 자세로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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