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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단독] 한번도 만난 적 없다던 이철과 '제보자X'의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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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변호인 통해 "여당 로비 없다"고 했는데,

제보자X 채널A 기자 만나 "5명 장부 있다"

법조계 "제보자X 이철 건너뛰고 검언 유착 구도 만들었나"

“(여야 로비 관련) 장부랑 이런 것들 (있다). 다섯명 선. 제가 (이철 전 대표와) 충분히 소통해서 들은 내용.”(2월25일 ‘제보자X’ 지모씨, 채널A 이모 기자와의 첫 번째 만남에서)

“(여당 인사 로비는) 전혀 없다. 강연 오시면 강연료를 지급한 것이 전부다.”(3월20일 이철 전 VIK 대표, MBC와의 옥중 서면 인터뷰에서)

“이대표가 자기 마음의 결정이 되면 기자님 집으로 (장부 자료 등 포함한) 편지를 보낼거다” (3월 22일 지모씨, 채널A 이모 기자와의 세번째 만남에서)

채널A 기자와 ‘검언 유착’ 의혹을 MBC에 제보한 이른바 ‘제보자X’ 지모(55)씨는 이철 전 VIK 대표 대리인 자격으로 지난 2월25일 채널A 이모 기자와 처음 만나 ‘신라젠 관련 여·야 로비 장부’가 있다고 했었다. 그런데 정작 이철 전 대표는 지씨와 이 기자가 처음 만난 한 달쯤 뒤인 지난 3월20일 MBC와의 옥중 서면 인터뷰에서 “여야 로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로부터 이틀 뒤인 3월 22일 지는 이 기자와 세번 째로 만나 이 전 대표가 로비 자료를 이 기자에게 보낼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다. 두 명의 말이 정반대로 엇갈리는 것이다. 법조계 인사들은 ‘윤석열 최측근’ 검사장의 이름을 언급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채널A 기자에게 접근했다는 의심을 받는 지씨가 이 전 대표 의사 등을 뛰어넘고 ‘검·언 유착’ 등의 구도를 만든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조선일보

이철 전 VIK 대표 /인터넷 캡쳐


◇이철 변호인 “여야 로비 없다더라”고 했는데, 지씨 “여야 장부 갖고 있다”
지씨가 이 전 대표 대리인으로 나선 것에는 법무법인 민본이 역할을 했다고 한다. 민본 소속 A 변호사가 수감 중인 이 전 대표가 채널A 기자의 편지를 받은 것을 알고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하는 과정에서 지씨를 알게 됐다고 한다. 이후 지씨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채널A 기자를 만나게 했다는 것이다. 지씨는 이철 전 대표를 “아주 오래된 친구”라고 밝혔지만, 실제론 만난 적이 없는 걸로 전해졌다. 민본은 전(前) 대표였던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거 지씨 사건 변호를 맡은 인연이 있다. 이 로펌 소속 신장식 변호사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 과정에서 위증 교사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한모(수감 중)씨도 대리하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A변호사는 지씨가 대리인으로 나서 채널A기자를 만나기 전 이 전 대표에게 “여야 로비가 있느냐”고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A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 등을 통해 ‘여당 로비설’을 물어오자 이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변호사는 지씨에게 “여당 로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씨는 채널A 기자와의 첫 만남인 2월 25일 만남에서 ‘여야 로비 장부 5인’ 등 신라젠 사건과 관련해 로비가 있었던 것 처럼 발언했다. 소셜미디어 등에 전문(全文)이 공개된 지씨와 이 기자 간 녹취록에 따르면 지씨는 지난 2월 “제가 충분히 (이 전 대표와) 소통을 해서 들은 내용이고 어차피 뭔가 자료가 건너가면은 제가 아니면 누구한테도 건너가질 수 없다”며 “(로비 인원수는)한 다섯명 정도로 보면 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자금 거래에 대해서 얘기를 다 하겠죠”라고도 했다.

이와 반대로, 이 전 대표는 지씨와 채널A 기자가 처음 만났던 2월25일로부터 한 달쯤 지난 3월 20일 MBC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로비는 전혀 이뤄진 적이 없고 강연료를 준 것이 전부”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지씨는 3월 22일 이 기자와의 세 번째 만남에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 라인쪽에서 ○○○(검찰간부 가족)을 통해서 이철 대표한테 100억을 요구했었다”며 박근혜 정부 우병우 전 민정수석 외압설과 ‘최경환 전 부총리 신라젠 투자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힘을 써줄 수 검사장’이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 한동훈 검사장이 맞는 지 이름을 집요하게 물어봤다.

이런 정황을 볼 때, 수감된 이 전 대표보다는 지씨가 '용병'으로 나서 '검·언 유착' '선거 개입' 프레임을 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의혹을 MBC에 처음 제보한 지씨는 횡령·사기 전과가 있는 인물로, 한때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검찰의 내밀한 부분을 아는 금융 전문가 행세를 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이나 친여 매체를 통해 윤 총장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채널A 기자와 접촉을 시작하면서 페이스북에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과 황희석 최고위원 사진을 올려놓고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간다. 윤석열 ‘X검’ 부숴보자”라고도 했다. 황 최고위원은 현재 지씨의 변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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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을 제보했던 '제보자X' 지모씨가 추 장관의 페이스북의 글을 27일 공유했다. 지씨는 페이스북에서 '이00'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추 장관의 글엔 지씨와 지씨 변호인인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이 '좋아요'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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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나경원 전 의원을 소환하면 출두하겠다’며 소환에 불응 중인 지씨는 지난 25일 밤 서울 대학로의 한 주점에 있으면서 ‘서울지검 검사님들, 여기 오시면 현장체포 가능합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지씨→A변호인→이철 대표 전달…“의도적 왜곡 있었나”
또 다른 문제는 채널A 기자의 말이 지씨와 A 변호사를 거쳐 이 전 대표에게 전달됐다는 점이다. 더구나 코로나 사태로 인한 접견 제한으로 지씨가 채널A 기자를 접촉한 내용은 A 변호사를 통해 축약적으로 이 전 대표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A 변호사는 지씨에게 채널A 기자와 나눈 대화 녹취록을 받는 등 구체적 경위를 들은 것이 아니라, 한 마디로 요약된 것만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채널A 기자가 말한 내용과 지씨와 A 변호사를 거쳐 이 전 대표가 들은 내용이 상당히 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 기자와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검·언 유착’ 차원을 넘어 (4·15) 총선에 개입하려는 의도로 접근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부분도 지씨가 이 전 대표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의도적 왜곡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강요 미수 혐의가 성립하기 위해선 협박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황이 있어야 한다”며 “채널A 기자가 보낸 편지 외에 두 단계를 거친 전언(傳言)이 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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