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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엇갈린 사랑과 우정, 숨겨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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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초연 이래 매 공연마다 중독성 있는 뮤지컬 넘버와 파격적인 소재, 감각적인 연출로 화제를 모았던 ‘베어 더 뮤지컬Bare the musical’이 2년 만에 돌아왔다. 이 작품은 대담하면서도 시적인 가사로 주인공들의 격정적인 감정선을 녹여낸 뮤지컬 넘버가 특색이다. 젊음의 성장통을 그린 작품답게 록, 발라드, 가스펠, 소울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무대 위에 한데 모아 캐릭터의 심리를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시티라이프

▶Info

-장소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기간 ~2020년 8월23일

-티켓 R석 8만8000원, S석 6만6000원

-시간 화, 목, 금 오후 8시 / 수 오후 4시, 8시 / 토 오후 3시, 7시 / 일, 공휴일 오후 2시, 6시 *월 공연 없음

-출연 피터-기세중, 오승훈, 정휘, 김리현 / 제이슨-문성일, 임준혁, 홍승안, 김진욱 / 아이비-허혜진, 임예진 / 맷-이동환, 이봉준 / 나디아-정다예, 유희지

보수적인 가톨릭계 고등학교 성 세실리아 기숙 학교. 피터는 이 학교 최고 킹카인 제이슨의 숨겨진 애인이다. 피터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와 제이슨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즉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제이슨은 다르다. 잘 생긴 외모, 공부와 운동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지닌 그는 집에서는 듬직한 아들이다. 제이슨은 피터의 마음을 잘 알고 있지만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순간 모든 것을 잃을까 두렵다. 어느 날, 학교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 오디션이 열리고 로미오 역은 제이슨이, 줄리엣 역은 아이비가 맡게 된다. 커밍아웃 문제로 피터와 제이슨의 다툼이 잦아지고 그 과정에서 제이슨의 쌍둥이 동생 나디아와, 피터와 제이슨의 친구인 맷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된다. 한편 줄리엣 역을 맡은 아이비는 실제로 제이슨을 유혹하고 피터와 싸운 제이슨은 순간의 충동으로 아이비와 하룻밤을 보낸다. 그 하룻밤의 인연으로 아이비는 제이슨의 아이를 임신하고, 아이비를 짝사랑했던 맷은 이에 분노해 피터와 제이슨의 관계를 폭로해 버린다. 충격을 받은 제이슨은 극단적인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극은 청춘들의 엇갈린 사랑과 우정, 그 속에 숨겨진 비밀스런 이야기를 솔직하게 그려 낸다. 동성애, 마약 등 파격적이고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도 다루며, 청소년 시기에 누구나 가질 법한 고민, 방황, 외로움, 공허함, 불안한 심리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파격적이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며 숨기기만 했던 성장의 아픔을 수면 위로 꺼낸다. 이야기는 현실적이다. 특히 세상에 대한 시각과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폭탄 같은 청춘들의 모습은 여과되지 않은 날것으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그들이 가진 불안한 사랑, 방황, 성장의 아픔 등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는 가톨릭 기숙 학교의 엄숙한 외피를 뚫는다. 또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고전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극 중에 등장시켜 이들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날 수 있다는 강한 암시도 숨기지 않는다. 이러한 장치들은 지난 시즌에서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겼던 정휘, 임준혁, 허혜진, 이동환 외에 초 재연 이후 4년 만에 합류한 샨텔수녀 역의 백주희의 열연으로 무대를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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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와 제이슨, 아이비, 그리고 맷과 나디아 등 등장인물 간의 시선과 관계는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은 서툰 사랑이다. 이 사랑을 ‘어른스럽게’ 이끌어 주는 역할의 부재를 드러내는 데 극은 주저하지 않는다. 그 주체는 당연히 학교의 신부, 수녀, 선생님들과 제이슨을 비롯한 아이들의 부모들이지만, 이 중 그 누구도 아이들의 날 선 감정과 거친 사랑 그리고 정돈되지 않는 관계의 설정에 개입하지 못한다. 어쩌면 지독한 청춘의 통과 의례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이 극이 담고 있는 주제와 메시지가 강렬하다. 무대 위 인물들이 객석으로 전이시키는 감정은 단연 ‘불안’이지만 노래, 연기, 무대 연출은 매우 ‘안정적’이다.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주)쇼플레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36호 (20.07.0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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