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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주중 일정도 없었던 수원과 서울의 '변명금지 슈퍼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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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위와 10위 초라한 위치에서 4일 시즌 첫 맞대결

뉴스1

2020시즌 첫 슈퍼매치가 열린다. 이보다 더 절실할 수는 없을 무대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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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그리 멀지 않은 과거까지만 해도 FC서울과 수원삼성, 수원과 서울의 맞대결은 K리그 최고의 흥행카드이자 히트상품이었다. '슈퍼매치'라는 자부심 넘치는 수식어와 함께 두 팀의 대결은 언제 어느 때고 큰 관심을 받았고, 양 팀 선수들은 1경기 이상의 무게감 속에서 온몸을 던져 뛰었다.

K리그에도 뜨거운 라이벌전이, 화끈한 더비전이 있다는 것은 다른 팀을 응원하는 팬들에게도 뿌듯함을 줄 정도였다. 여전히 두 팀은 격돌한다. 그런데 자꾸 설명의 마지막이 '과거형'으로 끝나는 것은, 지금은 여러모로 달라진 까닭이다.

언젠가부터 두 팀의 전력과 인기가 예전과 같지 않아졌고 동시에 슈퍼매치 내용 또한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에 그치는 일이 늘어났다. 이기려는 도전보다는 지지는 않으려는 선수들의 소극적인 자세와 함께 분위기 좋을 때는 5만명 이상, 최소 4만명의 구름관중은 기본이라던 팬들의 성원도 크게 줄어들었다.

2020년 두 팀의 시즌 첫 맞대결을 앞둔 상황도 차갑기만 하다. FC서울의 순위는 9위, 수원삼성은 10위라는 초라한 위치에서 격돌한다. 어쩌면 그래서 '절실함' '투지' 같은 모습은 기대해 볼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따른다.

수원과 서울이 오는 4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0' 10라운드에서 격돌한다. 올 시즌 두 팀의 첫 대결인데, 그 어느 때보다 처절한 슈퍼매치가 될 전망이다. 변명 없이 다 쏟아 내야하는 외나무다리 승부다.

9라운드 현재 두 팀은 모두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서울은 3승6패 승점 9점으로 9위이고 수원은 2승2무5패 승점 8점으로 10위다. 한때 리그를 선도하던 두 팀이 나란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으니 양 팀 팬들 입장에서는 한숨이 나올 일이다. 그저 '아 옛날이여'를 외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막이 늦춰지고 리그가 단축돼 운영되는 2020시즌의 특성상 지금의 위치에서 계속 머물고 있으면 나중에 진짜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긴 터널에 갇힐 수 있다. 실제 FC서울이 경험했다.

개막 라운드 강원 원정에서 패한 FC서울은 이후 광주FC와 포항스틸러스를 연속 잡아내면서 상승세를 타는 듯했다. 그러나 4라운드서 성남에게 덜미를 잡힌 뒤 무려 5연패를 당했다. 9라운드에서 최하위 인천을 꺾으면서 연패 사슬은 끊어냈으나 여전히 내상이 심한 상태다.

그렇다고 수원의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수원의 최근 5경기 성적은 2연패를 포함한 1승1무3패다. 지난해 20골을 터뜨리면서 득점왕에 올랐던 타가트가 단 1골에 그치는 등 좀처럼 매듭이 풀리지 않으면서 승점을 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 팀의 간판스타 중 한 명인 측면 수비수 홍철이 울산현대로 이적했으니 분위기까지 뒤숭숭하다.

나란히 가라앉은 상태에서 '슈퍼매치'를 치른다. 흔하디 흔하고 아주 진부한 표현이나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무대다.

승리하는 팀은 이보다 좋은 보약이 없다. 외부에서 바라볼 때는 많이 약해진 라이벌전이지만 여전히 두 팀의 감독과 선수들이 느끼는 비중은 어마어마하다. 반전의 발판을 만들 수 있는 무대다. 반대로 패하는 팀은 최악의 철퇴다. 5연패에 빠져 나오자마자 수원에게 패한 서울? 서울에게 패하면서 3연패에 빠질 수원? 두 팀 모두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다른 팀들에 비해 준비할 시간이 길었던 두 팀이다. 서울과 수원 그리고 전북과 울산은 지난 1일 열린 FA컵 3라운드 일정에서 제외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올해부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4개 팀은 4라운드로 곧바로 직행하도록 배려했다.

코로나19로 ACL 일정이 쉬고 있으나, 어쨌든 덕분에 수원과 서울은 주중 에너지 소모 없이 맞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더더욱 변명이 없을 처절한 슈퍼매치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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