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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우리 친구 씩씩하네” 운동장에서 코로나19 검사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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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내 감염 대전 천동초 전교생 검진

한겨레

2일 오전 대전 서구 천동초등학교에서 전교생에 대한 코로나19 진단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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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대전 천동초 운동장에 초록 천막 5동이 세워졌다. 코로나19 이동 선별진료소다. 천막마다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이 학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교 내 감염이 의심돼 1일까지 5학년생 156명에 이어, 이날 나머지 학생과 교사 등 950명의 코로나19 검체 검사가 진행됐다.

“엄마, 나 무서워.” ‘2학년’이라고 써 붙여진 천막진료소 앞에 어린이들이 부모 손을 잡고 줄 서 있었다.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서 있던 한 아이는 옆 천막에서 한 아이가 ‘으앙’하고 울음을 터뜨리자 금세 울듯 표정이 일그러졌다. 엄마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안심시켰다.

“옳지, 옳지. 아이고, 우리 친구 정말 씩씩하네.” 천막진료소에서 반별로 검체를 채취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20~30분 정도이지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아이들에겐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두려움의 시간이었다. 이날 천동초 이동 선별진료소는 대전의 5개 구 보건소에서 1개 팀씩 70명의 의료진이 운영했다. “조금만 참아보자. 괜찮을 거야.” “우와. 검사도 잘 받고 우리 친구 대단한데” 의료진은 검체 채취를 하느라 바쁜 중에도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고, 박수를 쳐주며 아이들을 격려했다.

며칠째 이어진 자가격리로 답답할 상황에서도 학생들은 교사의 지도에 따라 질서를 지켰다.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들도 모두 마스크를 쓴 채 말을 아꼈다.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시설내부방역팀도 이 학교를 방문해 정밀 방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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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대전 동구 천동초등학교에서 전교생에 대한 코로나19 진단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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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정 대전시장과 설동호 대전시교육감도 이 학교를 찾았다. 허 시장을 본 학부모들은 감염병 관련 민원을 쏟아냈다. 한 학부모는 “확진자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데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며칠간 불안에 떨었다. 보건소에 전화해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여 답답했다”고 하소연했다. 허 시장은 “보건소도 인력이 부족해 어려운 상황이다. 개선하도록 조처하겠다”고 답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3명의 학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 학부모는 “코로나19 감염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우리 누구라도 걸릴 수 있는 상황인 만큼, 확진된 아이나 학부모를 탓하고 싶지 않다”며 “우리가 함께 지금의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천동초 전교생에 대한 검체 채취는 정오께 끝났다. 검사 결과는 이르면 3일 새벽 나온다. 이 학교에서는 지난 29일과 30일 5학년생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일까지 5학년생 전체와 확진된 학생들이 다닌 학원 수강생 등 278명을 검사했으며,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고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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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시설내부방역팀이 2일 대전 천동초 교실에서 정밀 방역을 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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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대전에서는 서구 관저동에 사는 40대 부부와 20대 아들이 코로나19에 추가 확진됐다. 남편(대전 123번째)은 엘지유플러스 대전오류점, 아내(126번째)는 대덕구의 한 의원(간호사)에서 일한다. 게다가 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부부의 아들까지 확진하면서 교육계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대전시 보건당국은 엘지유플러스 오류점 사무실 접촉자 70명의 진단 검사를 진행했다. 대전시 보건당국은 “엘지유플러스 사옥에는 콜센터 등 다른 사무실에 36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나 확진자와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126번째 확진자가 일한 병원은 폐쇄한 뒤 방역 조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전 느리울초 행정실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는 이들 부부의 자녀(대전 124번째)도 확진되자 대전시는 동구뿐 아니라 다른 구 학생들의 등교 중지도 요청하기로 했다. 이강혁 대전시 보건복지국장은 “느리울초의 경우 확진자가 학생은 아니지만 학교 안 유입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행히 다른 교사·학생 등과 직접 접촉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원격 수업 범위를 동구뿐 아니라 다른 지역까지 확대하도록 시 교육청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구 월평동에 사는 70대 여성(대전 125번째)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여성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구 탄방동 둔산전자타운을 방문한 적이 있는 대전 88번째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글·사진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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