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장관(왼쪽)과 같은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가는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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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채널A기자가 윤 총장 최측근인 현직 검사장와의 친분을 내세워 협박성 취재를 했다는 의혹 수사에 대해 지휘권을 발동한 지 2시간여 만에 현직 부장검사들이 줄줄이 반발하고 나섰다.
김수현 부산지검 형사1부장검사는 2일 검찰 내부 게시판에서 “이번 수사 지휘가 부당하고 부적절하다고 생각돼 의견을 밝힌다”고 운을 떼며 현 사태를 5가지로 나눠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미 답을 정해놓고 수사를 벌이거나 지시를 하고 있다는 취지다. 윤 총장을 끌어내리려는 시도라면 중단하라고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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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검사 “秋‧李, 답 정해진 수사”
그는 “법무부 장관이 언론의 의혹 제기만으로 사안의 성격을 단정한 뒤 이에 기초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있어 전제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취재 욕심에 과도하게 몰입한 기자가 현직 검사장을 사칭해 무리한 취재 시도를 한 사안’이라거나 ‘취재에 협조할 경우 검찰에 잘 이야기해 이익을 제공해 줄 것처럼 속인 사안’ 등으로도 볼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또 김 부장검사는 현재 추 장관이 국회 등에서 수사상황을 알리고 있는 데 대해 “법무부 스스로 만들고 실행 강조하던 공보준칙을 어기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때부터 피의사실공표 가능성 등을 고려해 공소장 비공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어 그는 “언제부터 수사팀이 수사 진행 중인 사건에 관해 총장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내용을 직접 장관에게 직보해 왔는가”라 되물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서울중앙지검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대검찰청에 전문수사자문단 관련 절차 중단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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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검사는 수사를 이끄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다. 총장의 수사 지휘에 대한 내부 건의 사항을 언론에 유출하는 등의 정황으로 미뤄봤을 때 “사실상 수사의 결론을 정해놓고 예정된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의심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김 부장검사는 한명숙 전 총리 관련 진정 사건 등 감찰 전반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 지시를 시사한듯 “수사 지휘 거부하는 중앙지검장은 왜 감찰하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또 한 전 총리 수사팀 감찰 논란을 놓고서는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난 사건에 대해 의혹 제기만으로 당사자 검사들을 직무배제할 건가”라며 “징계 실효도 끝난 사안을 감찰 부서에서 수사권을 발동해서 수사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임기제 총장을 끌어내려는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것이라면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2013년 채동욱 전 총장에 대한 치졸한 끌어내리기 시도가 다시 반복되는 것 같아 참담한 심정”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첫 검찰총장에 임명된 채동욱 총장은 국정원 댓글 수사로 갈등을 빚다가 취임 5개월 만에 불거진 혼외자 의혹으로 사퇴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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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검사 “한쪽 편들지 않는 지휘하라”
대검찰청 감찰과장을 지낸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도 이날 검찰 내부 게시판에 “법무부 장관이 지휘를 한다면 어느 한쪽의 입장에 치우치거나 한쪽을 편드는 지휘가 아닌 양 쪽 모두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지휘를 하셔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부장검사는 “장관님의 지휘가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검사들에게 매우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도 썼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회원들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정언유착 사건 제보자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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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검언유착’ 이라는 이름이 붙은 해당 사건을 둘러싸고 둘로 쪼개진 여론 지형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검언유착’이라는 시각과 오히려 ‘권언유착’이라는 시각”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총장이 측근(한 검사장) 감싸기를 하기 위해 부당하게 수사에 개입한다는 시각과 수사팀이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시각이 공존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부장검사는 추 장관을 ‘공익과 정의의 대변자이신 법무부 장관’이라고 칭하며 “즉 불공정 편파 시비를 받지 않고 있는 수사팀에게 수사토록 지휘하셨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수민‧강광우·김민상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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