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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秋 지휘권 발동 부른 '수사자문단'…비공개 규정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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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부장회의-자문단은 동등한 협의체…소집 요건 달라

사건관계인 자문단 요청 못하지만 총장이 소집 정할 수 있어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언유착 의혹'을 심의할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하루 앞둔 2일 절차를 중단하라며 '검찰청법 제8조'에 따른 지휘권을 발동했다. 사진은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직원들이 이동하는 모습. 2020.7.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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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심의할 전문수사자문단(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라며 지휘권을 발동한 가운데, 이번 법무장관의 지휘권 행사의 직접적 계기가 된 자문단의 규정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오는 3일 열릴 예정이었던 자문단을 취소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추 장관의 지휘권 행사에 대해 대검이 일단은 수용한 모양새다.

먼저 자문단이 소집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지난달 4일 대검은 서울중앙지검에 공문을 보내 검언유착 사건의 수사진행 상황을 대검에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해당 공문에는 대검찰청 부장회의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지휘·감독과 관련한 사항을 결정할 것이며, 총장에게 일체의 보고 없이 독립해 결정할 것이라는 설명도 적혀있었다.

이후 채널A 이모 기자 측은 지난달 15일 대검에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요청을 건의하는 진정서를 냈다. 이어 19일 열린 대검 부장회의에서는 자문단 소집 여부 등에 대해 논의를 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산회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대검 부장회의 직후 자문단 소집을 결정했다. 이에따라 22일 예정된 대검 부장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자문단 소집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대검은 29일 9명의 자문단 위원 선정을 완료하고 7월3일 자문단을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30일 자문단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재차 건의했지만 대검은 "자문단에 참가해 합리적 의견을 개진하라"며 수사팀의 요구를 거절했고 수사팀은 결국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검과 수사팀의 갈등이 점점 격화되자 추 장관은 이날 자문단 소집 중단을 지휘하고 사실상 수사팀의 손을 들어줬다.

◇대검 부장회의-자문단은 동등한 협의체…소집 요건 달라

전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선 그간 적절성 논란이 제기된 자문단 규정을 두고 '깜깜이' 규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윤 검찰총장이 대검 부장회의에서 결정하라고 지시를 한 뒤에 다시 자문단 소집을 결정한 것은 스스로 공문을 어겼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추 장관도 이날 수사 지휘 공문에서 "검찰총장 지시로 '대검 부장회의'가 설치돼 심의가 계속 중인 상황에서 같은 지침에 규정된 병렬적 제도인 '전문수사자문단'을 중복해 소집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법사위에서 의결해 국회에 제출된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대검 부장회의와 전문수사자문단은 운영지침에 명시된 3가지 협의체에 해당한다.

각 협의체는 사안에 따라 유동적으로 구성되고, 동등한 성격을 지닌다. 협의체는 중요사안의 공소제기 여부나 구속영장 청구 여부, 제도개선 사항의 시행 여부 등을 심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윤 총장의 지시로 먼저 소집이 결정된 '대검 부장회의'의 경우 '중요 사안에 대한 지휘·감독 또는 제도 등의 시행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해 협의가 필요한 경우'에 소집된다.

또 '전문수사자문단'은 '중요사건의 수사 또는 처리와 관련해 대검찰청과 일선 검찰청을 비롯한 복수의 검찰청 상호 간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해 전문적인 자문을 바탕으로 협의가 필요한 경우'에 소집할 수 있다.

다만 지침에는 '여러 사유가 중복되는 경우 가장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도출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협의체를 선택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규정만 본다면 두 가지 협의체를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 어긋나는 것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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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사진은 지난 1월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윤석열 검찰총장이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뉴스1DB)2020.7.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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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단 소집 총장 권한이지만…대검 부장회의 '패싱' 비판도

문제가 되는 부분은 19일 열린 대검 부장회의에서 자문단 소집 여부 등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윤 총장이 전문자문단 소집을 결정한 부분이다.

대검 부장회의는 충분한 논의를 통해 심의대상 안건에 대해 일치된 의견이 도출될 수 있도록 하되,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경우 출석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견을 결정하도록 되어있다. 또 전문자문단 소집은 총장이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사건 관계자가 신청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총장 본인이 지시한 대검 부장회의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건관계인의 자문단 소집 요청 진정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부적절하게 개입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대검은 "전문수사자문단 회부는 대검 부장회의에서 거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총장이 결정하면 되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대검은 자문단에서 한동훈 검사장은 빼고 채널A 이 기자에 대해서만 기소 여부 등을 심의할 예정이라고 중앙지검 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침에 따르면 '자문단은 검찰총장이 심의대상 사건과 안건을 정해 소집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윤 총장은 이 규정을 근거로 채널A 이 기자에 대해서만 심의를 하도록 자문단 안건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자문단 단원 구성 공정성 논란…'규정'보다 '관례'에 초점

중앙지검 수사팀의 추천 거부로 공정성 논란이 있었던 자문단 단원 구성의 경우 규정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지침이 다소 모호하게 구성되어 있어 향후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검은 앞서 지난달 29일 9명의 자문단 단원 선정을 완료했다. 대검 측에서는 중앙지검에 추천을 요청했으나 중앙지검은 후보자 추천에 참여하지 않았다.

자문단 설치 규정을 보면 '심의 대상 사건을 담당하는 일선 청 수사팀과 대검 소관 부서의 후보자 추천을 받아 검찰총장이 위촉한다'고만 명시돼있다. 수사팀이 구체적으로 몇 명을 추천해야 한다는 등의 지침은 없는 셈이다.

전날 법사위에 참석한 법무부 관계자는 "관례상 수사팀과 대검이 반반씩 추천해서 선정해왔다"며 "이번엔 (중앙지검 측에서) 추천하지 않아 대검에서 36명의 후보를 추천해 투표를 거쳐 9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중앙지검이 추천을 거부한 것도 규정상 위반의 여지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지침에 따르면 '일선 청 수사팀과 대검 소관 부서는 필요한 경우 검찰총장에게 자문단 단원 후보자 추천 및 위촉에 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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