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사실상 “물러나라”는 추미애의 ‘수사지휘’… 윤석열의 답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3일 전국 검사장회의 열고 수용 여부 논의

세계일보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부터 이어져온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의 충돌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서 손을 떼라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윤 총장은 3일 전국 검사장회의를 열어 수사지휘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15년 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을 때 검찰총장이 사퇴했던 점을 고려하면 경우에 따라 윤 총장이 물러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검찰청은 이날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고 추 장관의 수사지휘 수용 여부 등에 대해 논의한다. 추 장관은 전날 오전 대검찰청에 공문을 보내 “수사가 계속 중인 상황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전문자문단 심의를 통해 성급히 결론을 내리는 것은 진상 규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자문단 심의 절차 중단을 지시했다. 추 장관은 최근 서울중앙지검이 대검에 건의한 대로 대검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에서 손을 떼고 이번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독립적 수사를 보장하라고도 밝혔다. 이 공문에서 추 장관이 “검찰청법 제8조의 규정에 의거해 지휘한다”고 명시하면서, 헌정사상 두 번째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됐다.

추 장관은 해당 공문에서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현직 검사장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사건”으로 규정한 뒤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 보장을 위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 등 상급자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수사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현직 검사장이 수사 대상이므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와 관련해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지 않도록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번 의혹에는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동훈 검사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앞서 윤 총장은 측근인 한 검사장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 피의자로 입건되자 지난달 4일 이 사건 수사지휘를 대검 부장회의에 넘긴 바 있다. 그러면서도 윤 총장은 같은 달 19일 대검 부장회의 이후 직권으로 수사팀 외부 법률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전문자문단 소집을 결정하고 최근 자문단 구성까지 마쳤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대검에 전문자문단 소집을 중단하고 특임검사에 준하는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대검은 “기본을 저버리는 주장”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전문자문단 회의는 일단 열리지 않게 됐다. 대검은 예정된 일정을 취소한 것 뿐이며, 수사지휘 수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세계일보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세계일보

이날 검사장 회의는 고검장급과 수도권 지검장, 수도권 외 전국 지방청 지검장 단위로 나눠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검찰의 독립성과도 관련이 있는 만큼, 윤 총장이 검찰 조직의 중추인 검사장들의 의견을 들어 수용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여권과 추 장관 등의 공개적인 사퇴 압박으로 코너에 몰린 윤 총장이 전국 검사장들의 신임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면서, 동시에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맡을 특임검사를 전격 지명하는 방안을 이날 검사장 회의에서 논의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5년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검찰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사퇴한 바 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장관이 검찰총장 의견과 상반된 방향으로 수사를 전환하고자 할 때 꺼내드는 카드로, 검찰 입장에선 독립성 훼손이자 불명예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추 장관이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세계일보

검언유착 의혹은 채널A 이모 기자가 올해 초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상대로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면서 한 검사장과 공모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제보하라고 협박했다는 의혹이다. 이 의혹과 더불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그 이전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등에서 검찰과 갈등을 빚은 여권은 최근 윤 총장의 거취 문제까지 언급하고 있다. 윤 총장의 입장은 이날 중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