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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주말에 뭐 볼까] 뮤지컬 리뷰 `브로드웨이 42번가`, 희망 노래하는 화려한 춤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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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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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쇼 뮤지컬'이다. 시작하자마자 30여 명 배우들이 추는 탭댄스 소리가 객석을 꽉 채운다. 보통은 처음엔 잔잔하게 시작해 점차 긴장감을 고조하는데,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처음부터 에너지 넘치는 군무로 관객을 잡아끈다. 이 템포를 2시간 넘는 상연시간 내내 이어간다.

삶을 짓누르는 대공황에 절망만이 가득하던 1930년대 만들어진 영화 '42nd street'가 원작이다. 인간을 치유하고 위로하는 예술의 본령을 좇아 뮤지컬은 희망을 한껏 노래한다. 작품 속 두 개의 성공이 관객들을 꿈꾸게 한다. 한때 잘 나갔지만 지금은 최고의 자리에서 비켜나 신작 '프리티 레이디'로 재기를 노리는 연출가 '줄리안 마쉬'와 시골에서 올라와 언젠가 주역이 되길 꿈꾸는 코러스걸 '페기 소여'의 성공이 그것이다.

지각해 작품 오디션도 못 본 페기 소여는 극장 밖에서 우연히 줄리안 마쉬 눈에 들어 코러스걸로 전격 발탁된다. 여주인공을 맡았던 '도로시 브록'이 사고로 하차하고 나선 그 자리를 완벽히 소화하며 일약 스타로 발돋움한다. 페기 소여가 출연하는 뮤지컬 '프리티 레이디'도 대박을 터뜨린다. 두 유형의 욕망을 절묘하게 충족시킨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980년 뉴욕 초연 후 같은 해 토니상 최우수작품상과 안무상을 수상했고, 이후 5000회 이상 공연하며 스스로도 대성공했다.

왈츠, 탭댄스, 발레, 라인댄스 등 갖가지 화려한 춤이 나와 눈이 즐겁다. 오프닝 외에도 각종 탭댄스 안무를 총망라한 'We're In The Money' 등 여러 장면이 볼거리다. 매번 춤출 때마다 차림도 다채롭다. 의상 개수만 300여 벌로 배우 1명당 옷을 10번 이상씩 갈아입는 셈이다.

무대를 성사시키기 위해 배우와 창작진이 백방으로 노력하는 모습은 오늘날과 꼭 겹친다. 예나 지금이나 조그만 작품 하나에도 주·조연, 앙상블, 오케스트라, 연출, 무대 스태프, 조명 스태프, 의상 스태프 등 많은 사람들이 삶을 걸쳐두고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작품들이 줄취소되는 때 어렵사리 개막한 이 작품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줄리안 마쉬는 송일국·이종혁·양준모가 연기한다. 송일국은 2016년 이 작품을 통해 뮤지컬에 데뷔했다. 도로시 브록은 최정원·정영주·배해선, 페기 소여는 오소연·김환희가 맡았다. 국내에선 1996년 호암아트홀에서 초연해 올해 17번째로 공연하는 스테디셀러다. 다음달 23일까지 샤롯데씨어터. 별점 ★★★★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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